[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뒤뜰에 쌓아놓은 땔감에 이름 모를 버섯이 꽃처럼 피었다.

가지치기 하고 쌓아놓은 사과나무와 이웃집에서 가져다 준 복숭아나무 토막에 자란 버섯은 뭉게뭉게 두둥실 떠 있는 구름 같기도 하다. 혹시 이것이 운지버섯인가?

아무렇게나 자란 듯하지만 잠시 들여다 보면 자기들만의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락없이 마지막 생을 활활 불꽃으로 피어오를 땔감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죽어 있는 듯한 땔감에 생명이 깃들고 새로운 모습이 되었다. 작은 버섯들이 무수히 피어 오르니 꽃 같다.

영지버섯을 닮은 주황색 버섯도 보인다.



그러고보니 올 여름엔 뒷산 참나무 그루터기에 자란 영지버섯을 보러가지 못했다.

몇 해 전 간벌로 잘려나간 참나무엔 영지버섯이 실하게 자라 매년 영지버섯을 채취해 가위로 잘라 말려 두었다가 물을 끓일 때 넣어 먹곤 한다.

쌓아놓은 소나무 토막에 송이버섯이 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봄에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 놓은 참나무 토막에도 표고버섯이 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쯤 그 맛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땔감에 핀 버섯을 떼어 감촉을 느껴본다.

겉보기엔 딱딱해 보이지만 보들보들하고 탄력도 있다. 부채 같기도 하고 가로등불에 미친듯이 날아드는 나방의 날개와 닮아 있기도 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면 하나가 되는 법이니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버지 어머니는 틈이 나면 산에 오르신다. 자연산 버섯이 마구 올라오는 시기이니 산에 오르셨다 내려오시면 맛 좋은 자연산 버섯을 한 망태기씩 따오신다. 싸리버섯, 밤버섯, 참나무버섯 등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버섯이 태반이다.

산에 다녀오신 후면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고, 비가 너무 내려 많이 자라지 않을 모양이다" 하신다.

1능이 2송이라 일컫는 능이버섯 채취에 실패하신 것이다. 미련이 남으신 아버지는 내일도 오랜 친구분과 능이버섯을 따러 산에 오르시기로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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