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외시(無畏施)라도 베풀자
무외시(無畏施)라도 베풀자
  • 중부매일
  • 승인 2012.09.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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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요즘은 누가 뭐래도 '힐링(Healing)'이 대세다. 신문과 방송에서 흔하게 접하는 힐링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으로 '웰빙'과 다른 치유의 개념이다. 이를테면 편안한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지친 몸을 회복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힐링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대중화된 것은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트레킹, 휴양림 체험 등을 모은 '힐링 여행'과 '힐링 푸드', 힐링 스포츠, 힐링 댄스, 힐링 섹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힐링 산업'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힐링'은 출판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힐링을 제목으로 사용한 신간만 해도 100종을 넘어섰다. 단기간에 1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운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비롯하여 법륜 스님의 '방황해도 괜찮아' 등 이른바 베스트셀러도 힐링이 대세다.

힐링은 대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등 힐링 차원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책임총리제로 제왕적 대통령을 청산하고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교수는 이보다 먼저 힐링 차원에서 지방대학생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청춘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시청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의도로 제작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편을 방영해 화제가 됐고, 그 중 안철수 편은 18.7%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힐링게임' 도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시 지자체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목적으로 힐링게임을 교육에 도입했다. 고질적인 민원에 시달리는 공직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업무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찾아낸 해법의 결과다.

힐링이 이처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만큼 힐링을 받을 피해자들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구조로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는 인면수심의 성폭력범에서부터, 묻지마 식 고통을 주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왕따를 당한 사람들은 설자리를 찾지 못해 생과 사를 오간다.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 방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고립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힐링이 진정으로 근본적인 치유의 힘을 가지려면 본인 스스로 부단한 노력과 의지를 갖고 자구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에게는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힐링남과 힐링녀가 필요하다.

힐링은 내가 가진 것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함께 나누겠다는 자세로 상대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구원의 손을 뻗어 사랑으로 치유해 줌으로써 따듯한 공동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나눌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불교용어로 남에게 베푼다는 뜻의 보시(布施)는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 등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이 중 무외시는 상대방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무외시는 돈이 없어도, 지식이 없어도, 우리 모두 깜냥 껏 베풀 수 있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머뭇거리지 말고 무외시라도 베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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