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곽의영 前 충청대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와 국제적 공조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면서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함께 중국·인도·브라질 등과 같은 신흥국들의 경기부진으로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그 위기 극복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해 재정적자가 상당히 누적되었으며, 성장수준도 제로수준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경기진작을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기가 어렵고, 금리도 더 이상 내릴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수단이 바로 양적 완화이다.

무릇 '양적 완화(量的 緩和)'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부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풀어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확대시킴으로써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9월 6일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만일 ECB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채권을 사주지 않으면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결국에는 연쇄적으로 국가부도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미국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9월 13일 고용시장이 충분히 개선될 때 까지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 했다. 이번 3차 양적 완화의 특징은 1차, 2차 양적 완화정책과는 달리 그 규모와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점이다.

일본중앙은행(BOJ) 또한 경기부양차원에서 환율방어를 목적으로 지난 9월 19일 자산매입 규모를 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려 돈을 풀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은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엔고 약세를 저지해 수출 회복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선진국들은 양적 완화에 의해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증시를 자극하고 소비를 증가시켜 내수 진작을 촉진하는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 될 수가 있다, 아울러 대출 확대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 될 수가 있으며, 국가신용등급도 상승하고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양적 완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표출되고 있다. 이를 테면, 중앙은행이 의도한 대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는 부채 상환으로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으며, 기업은 기업대로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으로, 대출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양적 완화정책은 실물경제 회복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1·2차 양적 완화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이번의 추가 양적 완화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이번 미국의 3차 양적 완화는 주택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이미 최저 수준이다. 그러므로 금리만으로는 주택수요를 제대로 견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은행 입장도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대출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한국·중국·일본· 브라질 등 수출 위주 국가들은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환율방어에 경쟁적으로 나설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달러를 풀면, 투자수익이 높은 신흥국으로 달러 가 유입되어,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면 자국의 수출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환율방어에 나섬으로써 환률 전쟁이 재점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양적 완화 정책만으로는 단기적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드시 세금 인하나 정부지출 확대와 같은 재정 정책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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