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황주홍 국회의원(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은 초선의원이다. 그는 고향 강진군수로 일하던 시절에 '군정일기'를 썼다.

군정일기를 쓰게 된 것은 특별히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 남는 것이 있고, 그럴 때마다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나라는 기록을 잘 남기지 않아 과거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나 발명품이 계승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북선 제조 과정이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를 쓰면서 거북선 제조과정까지 상세히 기술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황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국정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군정일기가 아닌 국회의원 '초선 일지'를 쓰고 있다. 16일 아침에 이메일로 배달된 그의 초선일지 제목은 '민주당, 어째 좀 찌질하다.'였다.

그의 초선일지에는 당 대표는 물론 대선후보에게까지도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하며 민주당의 정반합을 통한 발전을 촉구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를 실어 신선함이 느껴진다.

황주홍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 시절에 초지일관 주장하던 것이 있다.

바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근거는 두 가지였다. 여론조사 때마다 나타나는 70~80%대에 이르는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시민 여론이었다.

다수의 결정이 정의인 민주주의에서 절대 다수의 뜻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첫 번째다. 실제로 최근 지방자치학회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8%가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두 번째는 정당공천의 수혜자들인 국회의원들도 정당공천 제도를 스스로 없애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새누리당 정해걸 의원도 '정당공천제도는 국회의원들이 두고두고 자기들만 해먹으려고 만든 못된 제도이기 때문에 기필코 폐지시켜야 한다.'고 양심선언을 했었고, 민주당 이시종 전의원(현 충북도지사)도 '국회의원이 정당공천제에 집착하는 것은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수족처럼 부려먹고 싶은 미련과 임명제에의 향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7대 국회 때 299명 중 120명의 국회의원들이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안을 발의했지만 결과는 무산되었다. 2/3 정도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정몽준(서울 동작을)·이재오(서울 은평을)의원이 지난달 12일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군정이나 시정은 행정의 영역이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더욱이 단체장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정당이 개입되면 단체장들은 자신을 추천한 국회의원을 무시할 수 없다.

정당이 공천을 하면 시장 군수 구청장과 기초의원은 정당에도 예속된다. 결국 정당은 옥상옥의 역할을 하고,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는 국회의원 공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숱한 공천비리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일본은 2009년 4월, 22개 지역 시장 보궐선거에서 100%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일본은 심지어 광역 선거도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다. 선거 표기에도 아예 '정당 표시 란' 자체가 없다. 일본의 유권자들도 정당 정치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 자치 행정은 더 이상 중앙 정치와 정당의 예속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때마침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에서도 지난 8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18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 채택을 촉구했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이 답할 차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