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수희씨]

나는 김어준을 좋아한다. <나꼼수>를 듣다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라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팟캐스트까지 열심히 찾아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김어준 보다는 철학자 강신주의 말에 끌렸다. 나를 자극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강신주가 궁금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꽤나 유명한 이였다. 책도 엄청 많이 팔리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말도 좋았는데 글을 보니 더 좋았다.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은 나에게 위로와 고통을 동시에 줬다.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자유로운가. 나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 내 의지대로 살고 있는가. 나의 글쓰기는 어떠한가' 등등 참으로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기도 한 고민들을 했다. 그러던 차에 철학자 강신주 박사 강연이 청주에서 열린다기에 달려갔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인문학 독서법을 주제로 중고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듣는 강좌였다. 강신주 박사는 "강의안대로 할 생각은 없다"며 인문학이란 어떤 학문인지, 시란 무엇인지, 우린 왜 글을 써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다.

강신주 박사는 인문학은 고유명사의 학문이라며 누구를 흉내내거나 따라하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나를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나의 알몸과 직면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바로 인문학의 주어는 '나'라고 설명했다. 인문정신이라는 것은 바로 자유를 말하는 것이니 인문학이 살면 민주주의도 산다고 말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도 나를 깨우는 책을 읽으라며 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구나'를 알게 해주는 책을 봐야 한다고, 그러니 좋아하는 책만 철저히 편식하라고 말했다.

강신주 박사는 우리가 살아있다면 시를 느껴야 한다고 했다. 시는 심장의 리듬소리 같은 것이라며, 시는 자신이니까 느끼고 욕망하고 생각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시는 자유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자신의 힘에 의해 나오는 글이 시다. 시는 그저 시일뿐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강신주 박사는 자신을 움직인 김수영의 시를 오랫동안 읽고 또 읽었단다. 그리고 시를 읽은 느낌을 글로써 <김수영을 위하여> 라는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처럼 자신이 느낀 것을 글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모든 글은 연애편지라고 말했다. 나의 경험을, 느낌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자신의 감정에 직면하는 고통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힘들다. 오롯이 나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 정직해야 하니까 말이다.

나니까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고통과 고독을 마주하고 끝을 놓지 않고 끝없이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글은 누구나 쓰지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지 않고 쓰는 형식적인 글들은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할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나를 표현해 내는 것이 바로 인문정신이고 자유의지를 키워내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에 지배당하며 허용된 자유 안에서 자유를 누린다고 착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오롯이 나를 완성해내야 한다. 그것이 곧 나를 나답게 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말을 들으며 무척이나 위로를 받았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현란한 기술을 부리는 글이 아니라 나의 삶을 온전하게 쓰고 싶다. 잡글도 글이라고 이런저런 글을 쓰면서도 늘 생각한다.

글을 보면 내가 보인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대호 이야기를 하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기도 하고, 끝없이 변화를 꿈꾸기도 한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나는 정직해야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면서 적당히 나와 타협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한다고, 그렇게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나를 속일 때도 있었다. 다 표현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고통스럽고 고독하다.

나를 나답게 하는 힘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강신주의 말과 글은 그런 나에게 용기를 줬다. 이만하면 됐다가 아니라 이제 죽어도 좋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당하게 맞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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