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평] 강석범 청주미술협회 부회장

지난 10월5일부터 21일까지 약 2주일 동안 청원군립대청호미술관 기획전 '조각한다는 것'이라는 전시회에 참가했다.

4명의 조각가가 3개 전시장을 개성있는 조소 작품들로 채웠다. 필자는 1층 전시장 한 칸을 개인전 형식으로 꾸몄다. 약 40여평의 공간에 조소 작품들로 꽉 채운다는 게 결코 쉽지많은 않다. 그렇다고 단순히 공간 채우기를 위한 전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여곡절 끝에 여러 명이 의견을 나눠가며 몇 시간을 진땀 흘려 그럭저럭 전시회 구색을 갖췄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것은 필자의 전시회 소식이 결코 아니다. 이른바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술관이 필요한 이유와 그 쓰임에 대한 언급 하고자 한다.

대청호미술관 전시 기간 중에 주말에는 꼬박 전시장을 지켰다. 개인전 형식이니 만큼 필연적 이유에서 건, 사회 구조적 이유에서 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친분있는 지인들은 전시장을 찾는다.

대개 우리 미술계가 솔직히 그렇다. 필자도 전시회 팜플릿을 1년에 수도 없이 받아보지만, 내가 전시장을 찾는 경우는 대개가 친분있는, 또는 친분은 크게 없지만 가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경우를 빼고는 팜플릿을 쭉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여기서 가봐야 하는 이유는 대개가 사회 구조적 관계를 말함이다.

대청호미술관은 참 달랐다. 정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계절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주말에는 무슨 행사장을 구경하러 오듯이 미술관을 찾는다. 기존의 미술관 또는 갤러리 손님들과 가장 다른 점은 복장이다. 시내 미술관을 찾는 손님들이 이른바 정장 스타일 이라면 대청호 미술관의 손님들은 대부분 등산복 아니면 평상복의 손님들이다.

또 하나 있다. 대청호미술관의 손님들은 가족, 친구단위로 찾는다. 결론적으로 대청호미술관은 미술관을 방문할 목적으로 찾는 사람보다, 그냥 놀러왔다가 또는 등산 왔다가 마침 그 공간에 미술관이 있어서 방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의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목적 있는 방문이라면 대청호미술관은 목적 없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깜짝 놀란다. 와~ 이런 것도 있네? 그 중에는 미술관을 처음 들어오는 이도 있을 테고 살아오면서 전시장에 전시되어있는 작품을 처음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게 미술관의 자연스러운 역할이 아닐까? 끼리끼리의 놀이가 아닌, 불특정 사회 구성원들이 의무감 없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그들이 미술작품을 마치 클래식한 귀족들의 잔치가 아닌, 산행하듯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대청호미술관의 기획전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동시에 미술관의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에 한발 다가선 대청호미술관 기획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