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둘째는 대권의 향방은 어디로 귀착될까 하는 점일 게다.

먼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치킨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은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충돌 직전 한 명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지 않으면 양쪽 모두 자멸하고 만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게임이다. 이 무렵에 개봉됐던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주인공 짐(제임스 딘)과 버즈(불량배 두목)가 탄 자동차 두 대가 절벽을 향해 나란히 질주하는 장면은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이론은 정치나 노사협상, 국제외교, 산업 등에서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갈 때까지 가다가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D램 반도체의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양산경쟁에 돌입하며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팔아온 세계 반도체 업계의 2006년 하반기 이후 상황도 치킨게임에 비유됐다.

결국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은 점유율 5위를 기록했던 독일 키몬다가 2009년 파산을 신청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치킨게임은 보다 더 담대한 자에게 돌아가는 보상게임으로도 설명된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중 누가 더 담대할까.

혹자는 승자가 되려는 자는 브레이크를 망가뜨리고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극한 상황을 연출한 신립장군의 배수진 전법처럼 말이다.

문득 황산벌 전투를 주도했던 백제의 계백장군 모습이 떠오른다.

계백은 황산벌 전투에 앞서 비장한 각오로 아내와 자식을 정리하며 가족들에게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영화속 계백의 아내도 이에 질세라 한마디한다.

"호랑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거여 인간아!"

단일화의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 후보 불가론'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선 정치혁신'으로 맞불작전을 폈다. 그리고 단일화를 의식한 듯 "이미 돌아올 다리는 불살랐다."고 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사처럼 '갈 때까지 가보자'는 벼랑 끝 전술이다.

치킨(총리)이라도 챙길 것인가, 아니면 all or nothing(살기 아니면 죽기)로 갈 것인가?

치킨이 싫어 둘 다 과감하게 액셀레이터를 밟는다면 모두 자멸이다. 이는 민주적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카드다.

'치킨게임'의 '끝장승부'가 어떻게 결말이 날 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양자 구도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 3자 구도라면 야권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두 후보들에게 날아올 비난의 화살은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따라서 대통령, 총리라는 역할분담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을 점친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11월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지난달 30일 문 후보측은 안 후보측에게 단일화 협상 시작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 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는 느긋하다. '11월 10일까지는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도 거부할 수 있다는 태도다.

이번 대선은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야권이 반드시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예측불허의 게임이다.

민심은 물처럼 바람처럼 흐른다.

모양이 볼썽사나우면 민심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그래서 단일화보다 중요한 것이 단일화의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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