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위원·마케팅국장

전국에서 학교급식비의 학부모 부담률이 가장 적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충북(26%)이다. 반면 학부모 부담률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65.1%)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11년도 학교급식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충북과 부산은 무려 2.5배나 차이가 난다. 충북 학부모들의 자녀급식비 부담이 적은 것은 초·중학교 무상급식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그리고 폭넓게 실시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다른 시·도 보다 학교에 급식비 적게 내고 자녀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학부모들은 고마워 할 일이다.

부산을 비롯해 울산(64.3%), 대전(60.2%), 대구(58.7%), 경북(57.2%)도 학부모 부담률이 높았지만 충북을 비롯한 전북(29.0%), 제주(31.1%), 전남(38.4%), 충남·강원(39.7%)은 다른 시·도에 비해 급식비 부담이 낮았다. 참고로 16개 시·도의 학부모 부담률 평균이 48.3%인 것을 감안하면 충북의 학부모 부담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 격차가 큰 것은 무상급식 실시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충북·충남은 초·중학교 전체에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고, 전북은 농촌 지역의 경우 유·초·중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전남, 제주 지역도 초·중학생 대부분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충북이 무상급식의 '모범도'가 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분담도 크게 기여했다. 도교육청이 더 많은 예산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정된 복지예산 때문에 늘 예산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비 액수와 지원방식을 놓고 해마다 갈등을 겪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총액을 933억원으로 한다는데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는 올해 무상급식 예산 905억원보다 28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속셈은 다르다. 예산증액으로 도민들에게 생색은 다 내놓고 돈을 덜 내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는 무상급식 예산분담율은 40%만 내겠다며 나머지는 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반면 도교육청은 분담률 재조정은 협상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측 "무상급식 분담률은 50대50이라는 원칙에 따라 매년 급식비 인상폭 등을 결정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분담률 자체를 다시 논하는 것은 무상급식 실시의 기본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기관은 지난 2년간 무상급식 협상을 벌이면서 급식비와 인건비 총액을 두 기관이 절반씩 부담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엔 도교육청과 청주시가 무상급식 지원방식을 가지고 충돌한 바 있다. 청주시가 당초 합의안을 어기고 현물(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도교육청에서 발끈한 것이다. 물론 청주시의 지원방식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한 품질의 쌀을 구입해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농산물의 판로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품목을 현물로 출자할 경우 학교급식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도교육청의 입장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기초자치단체에게도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가 이런 식으로 원칙과 약속을 훼손시키려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물론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재정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충북도의 입장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 기관이 절반씩 분담하기로 합의했으면 지키는 것이 옳다.

그렇게 돈이 없다면서 무상급식 총액은 왜 올렸는지 모르겠다. 무상급식 도입의 취지를 생각하면 분담률을 놓고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갈등을 빚는 것은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행정기관이 서로 약속한 무상급식비 분담금을 놓고 뒤늦게 "덜 내겠다", "더 내라"고 싸우는 것을 학생들이 안다면 밥이 제대로 넘어갈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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