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이야기] 최종석 광혜원중 교사·미래과학연구원 운영위원

요즘 날씨가 갑자기 내려가서 주위에 낙엽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여기도 낙엽 저기도 낙엽, 덕분에 학생들은 낙엽을 없애기 위해 청소를 하느라 매우 바쁘지요. 낙엽을 치우고 나면 또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없던 낙엽이 가득하여 더럽게까지 느껴집니다. 그래서 거리의 청소부는 끊임없이 낙엽을 치웁니다.

하지만, 덕수궁 뒷길의 낙엽은 일부러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민에게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쁨을 주고, 청소하지 않는다고 하여서 낙엽이 항상 많이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낙엽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나무에 있는 잎이 떨어지고 나면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습니다.

식물들은 추위를 이기는 전략으로 크게 두 가지를 선택합니다. 첫째는 추위에 잎을 가지고 있으면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둘째는 따뜻한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많이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유리하고 불리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생물들이 살아가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잎은 크게는 잎맥의 주맥과 세맥, 거치로 구성되고 작게는 표피세포, 울타리조직, 해면조직, 공변세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잎맥은 물관과 체관이 있어서 물, 무기염류, 양분 등을 이동시켜서 식물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관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며, 양분을 만들고 가을이 되면 잎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잎을 떨어뜨리는 식물의 특징입니다. 즉 가을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최종적으로 자신을 정리하는 계절인 셈이지요.

아름다운 단풍이 든 곳에 가면 낙엽들이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이것은 더는 자신의 몸속으로 이동할 수 없는 물질들이 모여서 내는 아름다운 색입니다. 이 안토시아닌색소는 광합성색소인 엽록소에 밀려서 색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엽록소가 파괴되고 흡수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색입니다. 낙엽에 안토시아닌색소만 나타나는 것은 낮은 온도에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상 붉은색을 띠는 붉은 단풍나무는 나뭇잎에 안토시아닌색소가 엽록소보다 많기 때문이며, 광합성에 방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어느 곳에 가면 아름답게 단풍이 물들었다고 하는데, 요즘 우리 주변의 산들은 그리 아름답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서 나무에 있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흡수되어야 하는데, 파괴되고 흡수되지 않는 상태로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리가 서서히 잘되지 못한 상태라 아름다운 단풍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새로운 봄을 위한 준비인 것을 생각할 때 준비상태에서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올해의 날씨는 여름이 길고 가을이 짧아서 낙엽을 아름답게 만들 시간이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의 뒹굴고 있는 낙엽들을 보면 순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자연의 이치는 살아야 할 것은 살고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봄을 맞는 기쁨을 위해서 잎을 아름다운 낙엽으로 만드는 일은 자연의 순리라고 봅니다. 이런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내장산 단풍여행을 조만간에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이 땅의 나무들이 하루속히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던가 말입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