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권태봉 일신여중 수석교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7월은 자기소개서 쓰기로, 교사는 자기소개서 검토로 바쁜 계절이다.

자기소개서를 1학년이나 2학년 때부터 미리 써 놓거나 시작했다면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담임교사가 자기소개서를 쓰는 우리반 절반 정도 학생의 자기소개서(한 학생이 4~5장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함)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쓰기를 지도하다보면 난감할 때가 많다. 지원학과와 관련한 스펙이 많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있는 스펙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교외활동과 관련한 경력만 생각하고 교내활동은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이다.

요즘 자기소개서의 항목은 교내 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질문을 한다. 가령 지원한 학과를 위해 고등학교 때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쓰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무엇을 써야할지 난감해 한다. 이런 경우 생활기록부를 출력한 후 본인이 지원한 학과와 관련된 꺼리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러면 한참을 들여다본 후 한 두 가지를 어렵게 말한 후 쓸 것이 없다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지원학과와 관련된 과목 성적이나 교내상, 1·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써주신 행동발달 종합평가 등 참고할 내용이 많은데도 학생들은 그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른다. 환경심사나 교내 체육대회에서 학급 단체상을 받은 것도 활용을 할 수 있다. 환경심사 단체상의 경우 실장이나 부실장이 아니더라도 학급 환경부장이나 부원인 경우에도 학년초에 학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단체상을 수상했다고 하면 인과관계가 성립된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원자의 특성(장·단점)을 써보라는 것도 자기소개서의 단골 항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자신의 특성을 잘 모른다. 이런 경우 스스로 생각해본 후 부모님께 알아보거나 몇 명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본인의 특성을 좀더 알고 싶으면 선생님들께 여쭈어보라고 한다. 특성을 쓸 때에 장점일변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일정 분량의 단점도 쓰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의아해 한다. 장점만 기록하는 것보다 단점도 써야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하면 그때서야 수긍을 한다.

자기소개서를 잘 써놓으면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 회사에 원서를 내거나 나를 소개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는 마중물 역할만 충실히 하고 나머지는 학생들끼리 스스로 하게 한다. 처음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학생들을 꼼꼼하게 가르친 후에 그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 학생을 가르칠 때에는 고칠 곳이 많고 힘이 들지만 이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어떤 학생은 본인 자기소개서보다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더 잘 쓰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 논술학원장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본인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우리반 학생들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으며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요즘 우리반에 연일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며칠전 이화여대 2명을 비롯해 숭실대, 단국대, 서울여대, 충북대, 한동대 등에서 1단계 합격을 했다. 그리고 청주대, 서원대, 침신대 등의 대학에 완전히 합격한 제자도 6명이다. 멀지 않은 시간에 서울대에서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설레임이 내 가슴속에 가득하다.

지난 여름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한 자기소개서 쓰기의 마중물 역할의 결실이 나오는 것 같아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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