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10년 전만 해도 각종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한국경제의 브리핑 자료를 보면 내수시장 분석이 80% 이상, 국제시장 분석이 10% 남짓했다.

한국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 성장요인을 찾고자 노력한 것이다. 아마도 한국의 경제력으로는 국제시장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국제경제의 조건들은 변화하는 대로 수용하면서 내수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성장변수를 찾고자 한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 및 유럽경제의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분석 자료를 보면 내수시장 분석은 현저히 줄고, 수출시장과 국제시장에 대한 분석과 세계경제의 주도권 장악을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 분석 지면이 매우 늘어나는 경향이다.

최근 한국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지속적인 원화 강세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의 방어가 전과 다르다는 점이고, 유가의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또한 북한 정세에 따른 영향력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한국경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아니라 원화의 절대적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원화 대비 달러, 엔화, 위안화, 호주달러 등 유로화를 제외한 주요 국가의 돈 가치보다 원화가치가 높아 그 동안 원화가치가 저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도 원화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고 판단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경제의 신용을 승급해주는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기본구조가 경쟁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면 원가가치가 제자리를 차지하는 시간만 감내하는 조건에서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국제적 파워를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판단된다. 달러유동성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보험을 들었던 일본과 통화스왑도 일본경제에 의지하는 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며 예전에는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만큼 글로벌경제의 환경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무역수지 흑자기조의 유지 및 외국인의 한국 내 채권과 주식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금융기관들이 원화를 잡고 시장에 투입하지 못해 시장에는 자금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과잉유동성을 고민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경제의 여러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약점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들이 잘 버텨주는 상황에서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고민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원화 가치가 높으면 한국 제품을 구매하고자하는 의도가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한국 제품의 품질이 상당히 높아졌다면 구매자는 가격인상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 경합을 위해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동아시아 경제 환경에서도 원/달러 환율보다 엔화 동향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일본도 수출 중심의 국가이다. 일본은 섬나라로서 위치적 측면에서도 한국보다 수출에 목을 매야 하는 국가이다. 그렇지만 원/엔 환율에서 엔화 가치가 낮다고 볼 수 없다.

수출 시장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는 석유화학 제품이 환차손 가능성이 높지만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상쇄하고 있어 관련 기업의 국제경제전략을 통해 펀더멘탈만 유지한다면 환율 하락 때마다 고민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업계와 같이 원자재 수입이 적고, 완제품 수출이 중심인 산업은 결재 화폐 방식의 협상을 통해 환율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전략들은 한국경제의 위상이 국제경제에 영향력이 생기면서 가능한 논리들이다.

이제 한국경제는 국제경제의 변방경제가 아니다. 앞으로 과제는 값싸게 미국, 중국, 일본, 호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과 같이 이들 국가와 환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고, 한국경제 중심에서 거래전략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