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수희씨] 2012년 아트플랫폼 페스티벌 신경림 시인과의 대화

가을에는 더 시를 찾아 읽게 되고 생각도 많아진다. 쓸쓸함, 외로움 등을 더 진하게 느끼기 때문일까. 감성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엄혹할수록 시인의 역할은 빛난다. 그러나 시는 사라져버린 듯하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 찾아 읽을 시가 없는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충북문화재단이 마련한 2012년 아트플랫폼 페스티벌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신경림 시인이 나섰다. 옛 도지사 관사인 충북도문화관도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처음으로 만나 본 신경림 시인은 아기 같은 해맑은 얼굴이었다. 신경림 시인은 가을 숲 나무 아래에 앉아 '시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 시대를 대변하는 시인

신경림 시인은 최근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행동이 같이 비판 받는 현실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인의 사회참여란 무엇인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경림 시인은 시인이란 잠수함의 토끼 같은 역할이라며, 어려울 때 나서고 못 견디겠다고 저항하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대변하고, 말해야 할 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노시인은 여전히 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다행이다.

# 시란 소통이다

신경림 시인은 시란 소통이라며 일방적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시란 무언가 자기의 생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인데,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는 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리 산문의 시대라지만 요즘 나오는 난해시들을 보면 도통 뭔 소린지 모르겠다며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인은 또 시란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인이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보다 먼저 얘기할 수 있는 발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 추억을 이야기하다

모처럼 사람들 앞에 선 시인은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해주며 웃음 지었다. 그리고 가난한 시절 사랑을 하는 연인들을 위해 썼다는 시 <가난한 사랑 노래>가 울린다. 늦가을 오후에 시인과 마주한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시를 듣는다. 시인을 만나러 오길 잘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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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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