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위원·마케팅국장

요즘 우리나라는 복지천국이 될 듯한 분위기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거리에서 반값등록금 또는 무상보육을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플래카드를 보면 왠지 마음이 포근해진다. 아이때문에 신혼생활이 팍팍한 젊은 부부나 자녀가 대학진학을 앞두었거나 대학생인 중년에게 분명히 희소식에는 틀림없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셋째 자녀에겐 대학도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선심성 공약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이 재정부담없이 이렇게 인심써도 괜찮을까. 혹시 당선되면 예산타령하며 딴소리 하는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충북의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충북은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시작한 모범자치단체다. 하지만 시행하자마자 매년 잡음이 들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예산도 없이 생색만 내려하기 때문이다.

올해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총액을 933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905억원보다 28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양 기관은 분담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도는 무상급식 예산 분담률을 40대 60으로 요구하는 반면 도교육청은 분담률 재조정은 협상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예산책정이 안되자 학생들은 따뜻한 밥과 국이 끊겨 빵으로 급식을 받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간식으로 옥수수빵을 배급받았지만 이젠 점심을 빵으로 해결해야 하는것이다. 허울좋은 무상급식의 실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복지예산은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후보들의 복지공약에만 들어가는 돈이 30조원에 달한다.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한국은행이 부지런히 찍어내지 않는한 나올곳은 뻔하다.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조세부담률(GDP대비)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008년 20.7%, 2009년 19.7%, 2010년 19.3%로 매년 줄고 있다. 복지예산은 증액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재정파탄은 정부만 걱정하는게 아니다. 충북의 무상급식 문제처럼 지방자치단체도 심각한 상황이 될것이 분명하다. 벌써 선진국도 지방재정 부실화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얼마전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등 세 나라가 지방재정 위기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들을 분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한경연은 '해외 지방재정 위기의 주요 원인, 우리나라는 어떠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의 지방재정 부실화를 초래한 첫번째 요인으로 과도한 사회복지지출확대를 꼽았다. 무분별한 사회공공서비스분야 지출 확대가 문제가 된 스페인 지방정부와 같이 우리나라도 급증하는 사회복지비 지출 부담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6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지출은 중앙정부보다 연 4.2%p 빠른 14.3%의 속도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또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의 지방정부 분담금은 동기간 연평균 25.9% 증가해 정부 보조금의 증가속도(19.5%)를 능가하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대선과 맞물려 선심성 복지공약 등으로 인한 막대한 복지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더욱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복지혜택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가계부채가 1천조원에 달한다면 우리국민 상당수는 빚에 쪼들려 살고 있다고 무방하다. 이 와중에 아이들을 나라에서 키우고 대학등록금도 저렴하게 해준다면 누구나 쌍수로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환상이다. 무엇보다 재정자립도도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으로 위기를 겪는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지역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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