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사회적기업 활성화 충북네트워크 공동기획 <9> 극단 새벽

연극은 교육 참여자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매체이며, 공동 창조와 수용의 예술활동이다. '놀이와 모방의 본능'이라는 기원으로부터 출발한 연극을 통해 표현과 이해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소통, 역할분담, 책임감을 스스로 키워나간다.

연극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가운데 자신을 만나며, 자기 중심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주변의 세계와 공존하고 나눌 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연극과 기업을 접목시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활동중인 극단 새벽(대표 이상관).

극단 새벽은 '문화예술교육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는 모토로 다양한 작품 발표와 함께, 소외지역민들에게 문화향수권 제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극단 새벽은 공연사업과 교육사업, 문화나눔 사업을 통해 예술 저변확대와 사회환원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991년 2월 창단한 극단 새벽은 지금까지 총 83회의 정기공연과 13회의 실습공연, 연간 1~3회의 순수창작극 공연 등을 통한 공연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는 극단 새벽 부설교육연극연구소인 '해맞이'를 2004년에 설립했으며, 교정, 저소득가정 자녀, 다문화, 노인, 군인, 장애우들에게 연극교육을 펼치고 있다. 또 정기적인 강사교육을 통한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사업방향을 모색하고, 2009년에는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자체 협력사업 우수단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화나눔 사업으로는 1998년부터 15년 동안 충북에서 유일하게 청소년극단 '해오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주부 연극교실, 직장인 연극교실을 운영, 종합발표회인 '둥둥연극제'를 개최해 연극 동호인들에게 꿈을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대학극반에서 연극을 시작하면서 교통비나 담뱃값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님께 손 벌린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꿈을 접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에게는 경제적 이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상관 대표는 "후배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대전에서 한 달 가량 인쇄기술을 배웠다. 먹고 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라며 "지금은 우리 극단 단원 8명이 전국적으로 예술강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태동하기 이전부터 예술나눔·재능기부 등으로 이미 사회 환원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1998년 태동한 청소년극단 해오름과 주부·직장인 연극교실이 바로 그것이다.

▲ 이상관 대표
"1990년대 말부터 문화나눔과 재능기부란 단어가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금전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연극단체가 너무 열악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접목시켜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청소년극단, 주부 연극교실, 직장인 연극교실입니다."

이 대표는 청소년·주부·직장인들과 연극작업을 해 오면서 기성 연극인들도 각성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다.

"프로 연극인들에게는 이들 아마추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시간을 쪼개 연습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구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연극을 통해 사회환원과 문화나눔을 펼치는 이상관 대표에게도 큰 고민이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앞으로 3년간 일정부분 인건비 지원을 받고, 그 노력이 인정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다해도 향후 2년. 총 5년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입니다. 이 기간동안 이윤창출 부분에 적극 노력해 자립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이 대표는 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우리의 제품은 결국 연극작품"이라며 "앞으로 3~5년동안 다양한 계층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극단 새벽 단원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21일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예술을 선사하기 위해 괴산으로 공연을 떠난다. / 윤우현



# [전문가 기고] 사회적기업을 지역사회 보배로

이병관 충북경실련 기획팀장

지난 9월 충북의 사회적기업이 100곳을 돌파했다. 정확히는 '충북형 예비 사회적기업' 25곳이 신규로 지정되었고, 몇몇 사회적기업의 재지정 및 지정종료·지정취소 등으로 우리 지역의 사회적기업은 102곳이 되었다. '사회적기업 100개 육성'은 이시종 지사의 공약이었는데, 숫자상으론 초과달성이요 조기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시종 지사가 이러한 공약을 제시했을 때는 단순히 숫자만 채우고 말겠다는 뜻은 분명 아닐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뜻을 잘 살려,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여, 복지증진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취지로 제시한 공약일 것이다. 졸업의 의미가 '공부 끝'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시작이듯, 사회적기업이 100개를 넘었다는 것도 '공약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첫 해에 2개, 2008년에 12개였던 충북의 사회적기업이 100개를 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언가의 숫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것이 보편화되고 안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사회적기업을 삶 속에서 '느끼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 정도의 인지도를 갖게 되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반면 숫자의 증가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졌으며, 모든 사회적기업을 골고루 지원하여 다 잘되게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도 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손가락이 한 개일 때와 열 개일 때는 상황이 다르다. 사회적기업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육성시켜야 할 곳들이지만,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모두를 다 잘되게 하겠다는 발상은 무리가 있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사회적기업에,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도입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지만, 사회적기업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점은 어떤 사회적기업을 육성시켜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위 잘 나가는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문제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비영리, 기업과 복지단체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 평가가 어렵다. 수익을 많이 창출한다고 무조건 좋은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도 없지만, 반대로 수익을 못 내는 사회적기업도 문제다.

이렇듯 사회적기업은 공익과 사익을 모두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는 사회적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충북네트워크(사무국: 충북경실련)'의 운영도 이런 고민을 지역 사회와 함께 하고 풀어가고자 하는데 있다.

1997년의 IMF 구제금융 요청을 기점으로 경제와 관련한 많은 고정관념이 깨졌지만, 다른 한 편으론 새로운 고정관념도 생겨났다. '은행도 망할 수 있다', '높은 성장률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한편, '경쟁만능'이란 새로운 고정관념이 생겨났다. 이런 경쟁에 관한 맹신은, 우리의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쇠퇴시키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의외로 경쟁이 아닌 곳에 있을 수 있으며, 그 방법의 하나가 사회적기업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승리란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왜 꼭 옆집 가게를 망하게 해야 우리집 가게가 잘 된단 말인가? 옆집 가게와 같이 망할 수도 있고 같이 잘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1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란 구슬을 갖게 되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사회적기업이 품고 있는 본래의 가치는 무척 좋고 소중하지만,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여 잘 '꿰어야' 보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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