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음성군 수도요금팀

가끔 정치인들이 1일 택시 기사로 변신했다는 뉴스를 본다. 민생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유명인사들은 일을 끝내고 수입 가운데 가스값 등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얼마 남는게 없다는 말을 주로 한다.

그런데 택시기사로서 진짜 어려운 점은 고객과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비좁은 공간에서 너무나 많은 고객을, 업무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역지사지의 자세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음성군은 최근 상수도 체납액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는 1천596가구에 2억원이 체납됐으나 연말에는 113건, 2천500만원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업체의 1천900만원을 빼고나면 실제 체납액은 660만원 정도라는 것이었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방법으로 사용료를 걷기때문에 '줄어도 너무 줄어든' 체납액이 믿기지 않았다.

체납세대에 전화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협조를 부탁하는 것도 다른 곳과 비슷하다.

장기적으로 수돗물 값을 내지않는 세대의 경우 단수, 재산압류 등 조치도 동일하다.

궁금증을 풀기위해 음성군 수도사업소(소장 신대옥)를 찾아갔다.

상수도사용료를 걷는 부서는 수도요금팀(팀장 황태용), 황 팀장을 비롯해 ▶반재연 ▶남기섭 ▶어용택 ▶이상우 ▶김영조 ▶고달원 ▶차주혜 주무관이 근무하고 있었다.

황 팀장은 먼저 "상하수도 사용료 체납액이 이렇게 적은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날씨에 관계없이 민원인을 만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준 우리 직원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사람

황 팀장은 2011년 수도사업소로 옮겨 처음 수도요금 징수업무를 시작했다.

2010년말 5억원이던 체납액을 2억5천만원까지 줄이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1일자 인사에서 기능6급(기계직)으로 도내 최초 팀장이 됐다.

처음 수도사업소에서 사용료, 특히 밀려있는 돈을 받으려다 보니 아침부터 퇴근할때까지 다툼의 연속이었다.

30년 가까이 여러 부서를 다녀봤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철칙을 만들었다.

일단 민원인을 만나면 음료수를 대접하고, 고성을 지르거나 험한 말을 해도 끝까지 들어줬다.

납기일이 지나 10원 할증된 부분까지 상소리를 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다반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전이 주효했다.

민원인의 어려움을 듣고 난 뒤 공무원으로서 수도사용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정을 말하면 대부분 수긍했다.

나중에는 오히려 얼굴을 알아보고 미안해하는 사람, 직원들이 나눠 먹으라고 조그만 농산물 챙겨주는 주민까지 생겼다.

직원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수도요금팀장으로 '권한은 직원에게, 책임은 팀장에게'라는 모토로 생활했다.

팀자체가 청원경찰과 기능직으로 구성돼 동기유발이 어려운 데다 민원인과 마찰때문에 업무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직원들을 지역별로 묶어 징수활동을 독려하되 만약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대로 지켰다.

# 협업이 중요

수도사업소는 수도행정팀·수도요금팀·상수도팀·하수도팀·수질관리팀 등 5팀으로 나눠졌다.

사용료를 받기위해 가정을 방문하면 상하수도는 물론 군 전반에 걸친 불만이 터져나온다.

특히 관련 시설이 잘못 설치돼 동파나 누수가 발생한다는 문제, 계량기가 잘못돼서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말까지 지적한다.

따라서 상수도팀과 같이 현장에 나가거나, 출장 이후 관련 팀에게 주민민원을 소상하게 설명해 대응책을 마련한다.

특히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 회사가 문을 닫고 철수한 곳의 체납액 관리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갑자기 사용료가 많이 나왔다는 세대를 찾을 때는 상수도팀과 같이 가면 이해도 빠르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수월하다.

황 팀장은 "시설이나 사용료 산정 등 부분에 공급자쪽에 허점이 있다면 주민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보환 / 음성


약속지키는 선임 팀장 후배들에게 희망 선사

황태용 수도요금팀장 인터뷰

황태용(56) 팀장은 늦깍이 공무원이다.

1986년 30세에 일용직으로 출발한 그는 1990년 기능직으로 전직하고 지난 2006년 6급으로 승진했다.

올해는 팀장보직까지 맡았다. 현재 음성군에는 기능직 6급이 6명인데 그가 최고 선임으로 팀장자리에 올라 후배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팀장으로, 체납액을 획기적으로 줄인데는 남다른 내공이 작용했다.

청사 방호업무부터 공보실 사진촬영, 단체장 수행비서 일을 거치는 동안 배운 노하우였다.

그는 체납상황표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차례 모임을 하고 중점적으로 활동할 곳을 선정한다.

단수예고서를 보내고 전화로 반드시 통화한 뒤 가구를 방문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에게는 분할납부 등 탄력적으로 활동한다.

반면 고의적으로 납부를 회피하는 사람들은 계량기 밸브를 잠그는 등 강공모드로 전환한다.

얼마전에는 주민에게 손을 물린 경우도 있었다.

지하수와 상수도를 같이 사용하는 세대였는데 손을 깨물려 병원을 찾기도 했다.

그는 "체납 수도사용료는 5년 이후 결손처분한다"며 "장기체납을 막아 음성군의 재정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보환 /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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