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시대 대비 '충북도 9988 행복나누미 사업'

# 사례1 = 충북도에서도 가장 오지인 영동군 용화면 월전리. 마을 어르신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일손을 멈추고 경로당에 모인다. '하하호호' 경로당에선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힘찬 박수소리와 섞여 흘러나온다. 이런 모습은 이제 낯설지가 않게 됐다. 9988 행복나누미 웃음치료교실이 있는 경로당에선 일상적인 풍경이다.

# 사례2 = 영동군 영동읍에 거주하는 민경(가명)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 10년간 경기도에 있는 복지관에서 복지사로 일해오다 남편을 따라 영동군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동안의 경력이 아쉬웠다. 그러다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을 알게 됐고 행복나누미로 지원해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오지의 경로당을 찾아다니는 시간.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하게 차 올랐다.

노인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여럿이 둘러앉아 밥을 해먹고 십원짜리 고스톱으로 시간을 달래던 경로당의 풍경은 옛말이 됐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자신의 삶을 더욱 알차게 설계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장수사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노인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충청북도는 도내 오지 1천200개 경로당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9988행복나누미 사업을 통해 노후생활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고 여가 프로그램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로당이라는 여가 및 생활공동체에서 노인들은 외로움과 적적함 대신 건강체조와 웃음치료로 하루 하루를 알차게 채운다. 호응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노인복지관의 여가 프로그램과 기존 경로당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소외지역의 경로당에게는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이 곧 마른 땅의 단비와 같았다.

충북도는 지난 6월 75명의 행복메신저를 선발했다. 이들의 공식 이름은 '9988행복나누미'. 충북 오지의 경로당을 다니며 여가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로 건강체조, 웃음치료, 레크리에이션, 필라테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어르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회복지사로, 누군가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또 누군가는 건강관리사나 심리상담사의 자격으로 노인들을 만나고 있다.

'치매와 중풍 걱정없는 충청북도'를 만드는 것은 민선5기의 역점 과제이기도 하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직접 사업 명칭을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챙길 정도로 특별히 정성을 쏟고 있는 사업이다. 목표는 실버토피아 충북 실현. 충북의 모든 도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노인들의 건강한 여가생활을 위한 9988행복나누미 사업과 치매예방을 위한 지원활동이 그것이다. 충북의 고령화율은 지난 6월 기준 전체인구의 13.6%.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로당만 4천여개에 달한다. 현재 충북도는 이들 경로당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천200여개의 경로당에 9988행복나누미를 파견해 여가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해주고 당당하고 활기찬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시책도 추진하고 있다. 결식우려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식사배달(3천216명 29억원),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봄시스템 구축(3천가구 9억원), 기초노령연금 지급(15만2천명, 160억원), 경로당 난방비 및 운영비 지원(3천967개소 6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치매와 중풍으로 고통받는 노인과 가족들을 위한 지원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북지역 치매노인 수는 1만8천여명. 충북은 전국 최초로 '치매·중풍 걱정 없는 충청북도'을 만들겠다고 선포하며 치매 예방과 검진, 치료와 돌봄으로 연결되는 체계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내 13개소의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를 만들고 치매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만성질환 예방 관리, 건강생활 실천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5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서는 년 1회 이상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치매검사 및 약제비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치매상담센터에는 60세이상 퇴직 간호사(조무사)를 배치하고 치매사례 관리사를 추가 배치하는 등 일명 '너씽 하우스(Nursing House)'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 치매관리를 위해 광역치매관리 종합센터도 설치해 총괄기능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충북도는 요양·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인장기요양기관 이용 활성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급 외 치매어르신에 대해서도 도내 47개소 주간보호시설 여유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유병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53만명으로 전체 노인인구(589만명)의 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2020년에는 80만명, 2050에는 238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매환자가 점점 가파르게 증가할수록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노인 치매환자는 곧 자살 위험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9988행복나누미를 파견하고 치매상담센터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단순한 여가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야말로 치매와 중풍 걱정 없는,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는 '실버토피아 충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행복나누미들의 웃음 바이러스가 충북 오지의 경로당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버토피아 충북 실현에도 힘이 실린다. "브라보 실버라이프" / 김정미


광역 치매관리 지원센터 설치 … 매월 21일 조기검진의날 운영

[인터뷰]] 최정옥 보건복지국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복지와 사회 안전망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충북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풍과 치매 걱정없는 충청북도를 실현하겠다고 선포했고 그 일환으로 9988행복나누미 사업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정옥 충청북도 보건복지국장으로부터 실버토피아 충북 실현을 위한 계획을 들어봤다.

▶9988행복나누미 사업의 추진 배경은.

-이시종 지사의 제안에서 비롯됐습니다. 산간 오지 경로당 어르신들이 여가와 복지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안따까워하셨고 민선5기 도지사 공약사업에 포함시켰습니다. 특히 이시종 지사는 9988이라는 사업명칭과 행복나누미라는 강사 명칭을 직접 작명하며 이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경로당 지원사업과 차이점은.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사업입니다. 도내 4천여개 경로당 가운데 소외된 오지의 1천200여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주2회 건강체조와 노래교실, 경락마사지 등의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격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행복나누미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소외지역 경로당에 서비스를 집중하고 프로그램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로당 지원 서비스와 차별화됩니다.

▶'치매·중풍 걱정없는 충북'은 어떻게 시작됐나.

-치매와 중풍은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사회·경제적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입니다. 전국적으로 50만명, 충북에만 1만8천여명의 치매노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선5기 후반기 어르신들을 위한 역점시책으로 치매와 중풍 걱정없는 충북을 실현하겠다고 한 것도 환자 어르신과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습니다.

▶치매관리를 위한 앞으로 사업 계획은.

-치매사업의 핵심 허브기능을 수행하는 '광역 치매관리 지원센터'를 설치해 시군 치매상담센터의 역할을 총괄 조정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매월 21일을 치매검진의 날로 지정하고 이동 순회 진료를 통해 도내 모든 어르신이 연 1회 이상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빈틈없는 조기검진 체계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모든 시군 치매상담센터에는 치매사례관례사가 한 명 이상 배치돼 치매환자에 대한 체계적 사례관리를 하게 됩니다. 충청북도는 앞으로도 6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치매·중풍 의료비 지원사업, 치매 전문병실 확충을 위한 치매전문병원 추가 지정, 고혈압·당뇨병 등 심혈관계 질환 에방사업, 금주·절주 등 어른신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한 실천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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