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위원·마케팅국장

LG전자는 2010년 글로벌 혁신기업 7위에 올랐다. LG전자보다 순위가 앞선 기업은 애플, 구글, MS, IBM 등 초일류기업뿐이다. LG전자는 또 브랜드조사기관인 브랜드렉토리의 2012년 글로벌 500대기업 순위에서 87위에 링크됐다. 삼성전자(6위), 현대자동차(63위)에 이어 국내기업중 세번째다. 지난해 매출이 53조2천여원. 올 목표는 57조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사장은 얼마나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최근 LG는 파격적인 인사를 했다. 고졸출신 조성진 부사장을 생활가전 총괄 사장에 발탁한 것이다. 창업 54년만에 처음이다. 그는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산학 우수 장학생으로 입사해 36년간 세탁기 라는 한 우물만 파오면서 시장점유율 세계 1위라는 신화를 썼다.

조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탁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생각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고졸사장은 많았다. 장인수 OB 사장과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고졸이지만 대기업 사장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젠 글로벌기업으로 확대됐다. 학벌보다는 실력과 열정이 인정받는 시대가 온것이다.

요즘 대학입시철이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쉬지도 못하고 밤늦게 까지 공부해온 학생들은 이제는 어떤 대학을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학도, 대학정원도 급격히 늘어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이때문에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5%로 OECD 1위다. 그나마 다소 낮아진 것이 이 정도다. 이는 OECD 평균 3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왜들 이렇게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고 할까. 이는 구직, 사회적 인식, 결혼 등 대학졸업장이 갖는 이득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학졸업장이 취업전선에서 얼마나 홀대를 받는지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임금수준이 낮거나 아예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대학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1995년 59만명에서 지난해 180만명으로 늘어났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도 점차 줄고있다. LG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50~60대 대졸자는 50~60대 고졸자에 비해 각각 2.2배, 2.4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으나 2011년에 그 격차는 1.8배 2.0배로 약 40% 가량 줄어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대학을 가기 위한 투자한 돈, 대학등록금, 4년간 쏟아부은 시간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기술이나 지식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보상 체계가 연공서열제에서 성과급제도로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도 과거 고졸 이하 근로자들이 하던 일에 종사하는 대졸근로자가 늘어났다. 동시에 글로벌 경쟁과 기술발전으로 노동수요가 숙련노동 중심으로 바뀌면서 단순 사무직이나 생산직과 숙련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커졌다. 기술력만 있다면 고학력자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고졸자들이 대학진학보다 취업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간직한 젊은이들에게 대학교육 투자수익률을 따져보라는 것은 자칫 타산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엘리트들은 국가와 기업경쟁력의 초석이 된다. 다만 스펙만 갖고 대우받기는 힘든 시대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고용시장이 변하는 상황에서 진로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고졸출신 조성진과 김효준을 사장으로 발탁한 LG전자나 BMW 등 글로벌 기업의 사례는 기업문화가 학벌보다 능력과 열정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로 점차 변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직시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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