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대표적인 유세장 하면 '육거리 전통시장'이 떠오른다.

대선·총선 할 것 없이 청주를 방문하는 정치인은 어김없이 육거리 시장을 방문해 한바탕 유세 판을 벌이고 돌아간다.

사실상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정치권에서 '서민 스타일' 이미지를 부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이번 18대 대선도 어김없이 육거리 시장이 단골 코스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과 후보자 자격으로 올해 두 번 육거리 시장을 방문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후보등록 후 첫 방문지로 육거리 시장을 택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지난 11일 육거리 시장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바닥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대선 후보의 이 같은 '민생행보'에 상당수 시장 상인들은 '귀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상인은 대선 후보가 온다고 매상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것도 없어 오히려 장사에 방해만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장 입구에서 수산물을 파는 한 상인은 "평소에는 눈에 띄지도 않다가 선거 시즌만 되면 찾아오는 정치인이 반갑지만은 않다"며 "수행원과 취재진이 몰리면 오히려 장사에 방해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도 "유세를 들어보면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 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은 없이 유통법만 들먹거리고 있다"며 "서민과 상인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쇼 같다"고 비꼬았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올 때는 얼굴을 마주치기도 싫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상인도 있다.

한 상인은 특정 후보를 겨냥해 "날씨가 추워 장사도 안되는 데 우르르 몰려와 방해한다"며 "오는 사람을 막을 순 없지만 이렇게 한다고 표를 찍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불쾌해 했다.

반면 무관심보다 시장을 찾아오는 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정치인이 시장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시장을 위해 도움이 된다"며 "각종 요구사항을 당선한 후 이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찾아와 상인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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