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생활지도]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이상미 용암초 교사

어릴 때는 책을 읽어 주는 사람도, 읽으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뛰어노는 것이 전부였다. '탈무드'란 책을 부끄럽게도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았지만 랍비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란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탈무드식 자녀교육이라는 말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탈무드를 토대로 쓴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 사회주의 창시자 마르크스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세계를 움직이는 많은 인물들이 유대인인 점이 신기하였고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슈퍼인재를 만드는 유대인의 교육은 어떤 것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 유대인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 교육의 현실이나 사회 풍토를 볼 때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학교교육에 의존하고 가정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5개 영역(가정교육, 학습능력, 창의력, 인성교육, 진로상담)을 다루고 있다. 먼저 가정교육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유대인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내는 수수께끼이다. "집이 불타고 재산을 빼앗기는 상황이 왔을 때에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재산이 뭘까? 힌트를 주자면 그것은 모양도 색도 냄새도 없단다"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지성'이다. 그냥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이러한 수수께끼를 통해 지성의 중요성을 설명해 준다. 이것은 유대인의 힘든 역사와도 관련이 있으며, 유대인들의 배움에 대한 신념으로 1949년에 3∼18세 이스라엘 사람이면 누구나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무료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

유대인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우리나라 부모들과 매우 닮아 있지만 교육내용이 다르고 방법이 분명히 다름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이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유대인이다'란 말이 있다. 그만큼 유대인 엄마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을 길러냈다.

한 예로 유대인 엄마는 아이가 학교 갔다 돌아오면 "오늘은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꼭 물어본단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매일 물어보시니까 궁금한 게 없는 날에도 일부러 질문을 만들어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매일 질문을 함으로써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대개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말썽 피우지 않았니?", 심지어 "선생님께 맞지 않았니?" 이런 질문을 잘 한다. 이것 또한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생각되었다.

두 번째는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많은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유대인들은 자녀의 두뇌계발도 부모책임이라는 생각아래 놀이로 하는 배움, 독서, 이중언어교육, 토론 스파링파트너, 유머감각트레이닝, 질문하기,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격려, 충분한 놀이로 우뇌 키우기, 공부는 마라톤-부모는 페이스메이커, 기대감 전달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베갯머리 독서 15분은 우리나라와도 비슷하였다. 하지만 유대인의 부모들처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거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는데 실천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 밖에도 자녀의 두뇌를 계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창의력 영역에서는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법들을 훌륭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질문릴레이에 동참하기라든가 남과 다르게 하라고 격려하고, 공부하다가 따분하면 일어서라고 가르친다.

또한 미래는 통섭형인재의 시대이므로 관심분야를 넓혀주라고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 통섭(統攝)이란 말에 솔깃했다. 통섭은 특정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다른 지식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의 통섭에 대한 강의가 YouTube에 많이 올라올라 있어 들어보았다. 통섭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먹는 것에 쉽게 비유하자면 융합이 여러 재료들이 혼합되어 있는 '비빕밥'이라면 통섭은 그 재료들이 발효 과정을 거쳐 전혀 새로운 맛이 창출되는 '김치'나 '장'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자녀에게 통섭능력을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박사는 먼저 글로벌마인드를 갖고 영어 능력을 갖춰야 하며,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였다. 거기에 전공에 대한 깊은 지식, 다양한 분야에 대한 넓은 상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골고루 조화된 인재가 돼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네 번째 인성교육은 우리나라에서도 강조하고 유대인들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전인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될 때는 인성교육이 우선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조상과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지식보다 지혜를 먼저 알려주기, 기부의 가치, 경제교육, 우정, 우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습관, 정직, 오늘(시간)의 소중함, 검소한 삶, 양보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회성, 약속, 질서의식과 예의범절 등 탈무드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 자녀들에게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유대인처럼 인성교육을 실천하도록 강조하고 교육한다면 오늘날 사회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덜 생기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다섯째 진로상담에서는 더 큰 꿈을 꾸려면 현실을 인정하라고 가르쳐 주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하였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일찍 접하고 익숙해지게 하라고 가르치며 우호적인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려주라고 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이 바른 사람, 지혜로운 사람,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가는 멋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 보았다. 또한 요즘 스마트교육처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는 있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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