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전국의 자치단체에는 33만 여명의 공무원들이 있다.

이 중 0.01%인 30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해마다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발된다.

행정안전부는 바람직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지난 2010년부터 지방행정의 달인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도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모집공고를 마감한 결과 전국에서 112명이 예비 달인 후보로 추천됐으며, 이중 최종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이 내년 1월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다.

지방행정의 달인은 탁월한 업무숙련도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여 국가와 지역사회에 특별히 기여한 당해 분야 최고의 공무원을 뽑는 제도다.

선발 기준은 업무숙련도, 창의성, 파급효과, 지역사회 및 국가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달인' 하면 먼저 개그맨 김병만이 떠오른다. 2007년부터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코너를 진행했던 그는 2011년 11월까지 무려 4년에 걸쳐 200여회 동안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달인에 도전해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이를 활용한 '실전! 달인교실'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무원의 전문성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달인' 열풍이 공직사회에 확산되고, 공직분야에도 달인들이 넘치면 대민서비스의 질과 공공분야의 선진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달인(達人)'이라 함은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지방행정의 달인이 되어야 할까?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를 보면 기본골격의 정리가 가능하다.

목민심서는 부임(赴任)·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이전(吏典)·호전(戶典)·예전(禮典)·병전(兵典)·공전(工典)·진황(賑荒)·해관(解官)의 12편으로 세분화하고, 각 편을 다시 6항목으로 나누어 모두 72개 항목으로 정리한 공직자들의 바이블이다.

이 책의 주요 골자는 첫째, 자신을 다스리는 율기(律己), 둘째, 공을 받드는 봉공(奉公), 셋째,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 등 3가지로 정리된다.

공무원(公務員)은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인 공무(公務)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지방행정의 달인은 지방행정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하고, 지방행정의 특정(전문)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으면서 자신을 다스리고, 주민을 사랑하며, 공(公)을 받드는 공무원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나는 공무원이 아닌 농업인이었다"(최병렬 괴산군청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공무원은 항상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문대열 서울구로구청 도시개발과장)

"내가 노숙자를 돌보는 동안 그들은 나를 남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가슴 따듯한 인간으로 성장시켰다"(서울 중랑구청 이명식 주무관)

달인으로 선정된 공무원들이 하는 말 속에는 위민의 자세가 절로 묻어난다.

이렇게 선발된 지방행정의 달인들은 그 후 승진도 했고, 달인의 경험을 토대로 자치단체와 연수원에 강의도 하러 다닌다. 서울 중랑구청은 노숙자들에게 큰형님으로 통하는 이명식 주무관이 정년퇴임을 하자 계약직 공무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문화유산의 국제화의 대가'로 불리는 최선복 전 강원 강릉시 주무관은 지난 4월 명예퇴직 직후 문화재청 산하단체인 유네스코 아·태 무형유산 센터에 채용됐다.

지방행정의 달인들에게 제2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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