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위원·마케팅국장

'삼바의 나라' 브라질은 요즘 국운상승기에 있다. 2014년 지구촌 축구축제 월드컵이 열리고 2018년엔 리우데 자네이로 하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우리나라의 1986 부산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도 86·88 스포츠제전을 통해 경제도약기를 맞았지만 브라질도 월드컵과 올림픽을 잇따라 치르면서 남미를 벗어나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SOC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자가 높은 '브라질국채'는 우리나라에서도 히트친 금융상품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브라질의 국력이 신장된 것은 자랑스런 전직 대통령 때문이다. '루이스 이나사무 롤라 다 실바'라는 이름의 전직 대통령은 브라질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노동자 출신으로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8년간 재임하면서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과 '강력한 부패척결'로 브라질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를 정말 돋보이게 한것은 '아름다운 퇴장'때문이다. 대통령 퇴임직전 여론조사기관인 '센수스'가 발표한 그의 지지율은 87%였다. 세번 연임은 할 수 없지만 4년뒤에 출마하면 대통령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롤라는 "신은 한사람에게 두번 선물을 주지 않는다. 또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짓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국민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며 시민으로 돌아갔다.

우리에게도 이런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내일밤이면 누군가는 대통령의 꿈을 이룰것이다. 수많은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국민통합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놓겠다며 굳은 결심을 할 것이다. 꼭 5년전인 2007년 12월 19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저는 국민 여러분께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며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와 분열된 우리 사회의 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취임 첫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76% 였다. 국민들의 열망을 집약한 수치다.

하지만 당선직후에 했던 그의 첫마디는 밤하늘에 공허하게 흩어졌다. 퇴임을 앞둔 그의 지지율이 26%로 뚝 떨어진것은 이유가 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면 이번 대선은 싱거운 게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리겠지만 퇴임하면 '내곡동 사저' 문제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는 그가 좋은평가를 받긴 힘들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은 임기말년에 시작됐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임기말쯤이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각종 '게이트'에 휘말렸다. 측근비리가 터지고 자식들은 줄줄히 사정기관의 표적이 되거나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군인 대통령인 전두환, 노태우는 말할것도 없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등 누구도 아름답게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은 없었다. 아무리 깨끗한척하고 정치개혁을 입에 달고 살았던 대통령도 마찬가지 였다.

임기 5년차 4분기 국정수행지지도 결과를 보면 김영삼 6%, 김대중 24%, 노무현 27%다. 롤라의 87% 지지율과 비교된다. 문민정부이후 역대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실망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말년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극은 정치풍토를 개혁한다는 것은 '말과 생각'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거때 화려한 공약에 '말의 성찬(盛餐)'과 그럴듯한 이미지로 국민들을 현혹해도 임기 5년간의 평가는 퇴임할때 온전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최근 선거행태를 보면 그들의 미래가 보인다. 그래서 '대통령감'을 고르는 일은 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찍은 후보가 '롤라'처럼 국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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