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최근 일본 언론의 관심이 전자산업 위기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3인방이라 불리는 소니, 파나소닉, 샤프의 국제신용등급이 모두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달 22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3단계 낮췄고 지난 8월에는 샤프를 6단계 하락시킨 바 있다.

피치는 일본 빅3 가전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TV 수요가 대폭 줄어든 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그렇지만 이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작년 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10년 말 매출이 축소되고 손실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소니는 2011년에 삼성전자를 따라 잡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삼성전자 판매량의 절반에 머물렀다.

일본 전자산업의 위기에 대해 한 유력 일간지는 '삼성은 팔리는 액정이 좋은 액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샤프는 '좋은 액정은 팔릴 것'이라고 인식한다면서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자국 시장에 안주한 일본 전자업계를 향해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무너지는 전자대국 일본을 보면서 10년 간격으로 일본을 따라 간다는 한국경제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바이오산업과 함께 IT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충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충북은 제조업이 강한 지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말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를 보면 제조업 사업체 비중은 전국 대비 2.8%에 그치고 있지만 매출액 비중은 4.1%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 또한 영업이익률은 전국 2위를 기록하면서 지역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수익성이 매우 높다.

산업중분류 상으로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매출액이 가장 많아서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유사하다. 세분류 상으로 매출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평판 디스플레이, 전자집적회로, 기타 자동차 부품 제조업 순이다. 충북은 IT기반 제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수익성 높은 알짜 기업이 많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전자업계의 현재 동향이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약화되면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미국 등 금융중심 선진국들이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면서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의 재구축을 외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오바마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조업의 영화를 되찾자고 주장하는 미국이다.

생산재 수출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독일도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 순항중이다. 이렇듯 충북의 양호한 제조업 기반은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 IT제조업은 2010년 사상 최대인 1천539억 달러를 수출하면서 세계 5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소수의 주력 품목(메모리, 패널, 휴대폰) 편중, 취약한 장비·부품산업, 대기업 위주의 성장 등 당면과제도 안고 있다. 여기에 노동집약적 업종의 중·저급 기술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중국과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아직도 건재한 일본을 상대로 힘겨운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향후 IT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산업에서 자신의 강점을 토대로 비교우위를 추구하던 기존 경영방식은 다양한 산업들을 연결하면서 창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 IT시장은 정체하고 있지만 IT와 타산업간 융합시장이 고성장 추세를 보이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의 튼실한 IT제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확실한 수익창출원 발굴에 매진하여야 한다.

예로서 헬스케어 같은 고령화 산업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미디어', '통신' 등 4가지 가치사슬을 결합하면서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 일본 전자산업의 추락현상은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높은 파고 속에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