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2일간의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8일 마감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마지막 선거운동일인 이날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유세에 나서 각각 저녁늦게 서울과 부산에서 최종 마무리하면서 선거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국민들은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의 5년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 나서는 후보 중 당적을 가진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뿐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보수 진영과 진보·개혁 진영의 1:1 대결로 치러지는 첫 선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 논란, 국정원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 박 후보의 일가 재산 논란, 문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 각종 네거티브성 소재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방이 후보들의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동안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네거티브성 이슈에 의해 급등락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또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으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확인된 점, 과거의 대규모 군중 동원 유세가 사라지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선거 운동이 활성화된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朴·文·安 3자 구도로 시작…치열했던 삼각 공방

선거전은 지난 2007년 대선 때에 비해 훨씬 역동적으로 진행됐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라는 변수가 후보 등록 직전까지 선거판을 달궜고, 여야 후보간 지지율 격차도 근소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8월20일 84%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내 경선 승리를 확정짓고 가장 먼저 대권 행보에 돌입 했다. 박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며 경제민주화 실현을 약속했다.

후보 선출 후 첫 일정에서는 '대통합 행보'를 선택했다. 박 후보는 8월21일 동작구 국립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묘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문 후보는 9월16일 당내 경선에서 56.52%의 득표율을 기록해 후보로 선출됐다. 문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 5년이 시대를 과거로 돌려놓았다. 민주주의와 인권도 후퇴됐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일정은 '일자리 행보'였다. 문 후보는 9월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 노동계·경제계 인사들과 가상 '노사정 간담회'를 열었다.

안 전 후보는 민주통합당 경선 사흘 뒤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주셨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서로를 증오하고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서는 국민을 분열시킨다"며 정치 쇄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세 후보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후보는 비교적 상대하기 까다로운 안 전 후보에 대해 집중 공세를 취했고,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단일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였다.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도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박 후보는 동교동계인 한화갑, 김경재, 한광옥 전 의원 등을 영입하며 야권을 견제했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던 송호창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멘토'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캠프 내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10월 초 박 후보를 둘러싼 참모진의 인적쇄신 요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 논란을 수습했다.

문 후보는 더 큰 저항에 직면했다. 박 후보 측과 마찬가지로 10월 중순부터 "선대위가 친노 일색이다"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결국 문 후보 측 친노 인사 9인방은 10월21일 선대위 직책을 사임했다.

◇험난했던 야권 단일화…文 야권 단일후보 확정

문 후보 측의 단일화 러브콜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던 안 전 후보는 11월5일 문 후보에게 전격 양자회동을 제의한다. 험난했던 단일화 협상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합의했다. 또 양측이 협상팀을 구성해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놓는다는 데도 합의했다.

양측은 11월13일부터 단일화 실무팀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측은 협상 하루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문 후보 측이 '안철수 양보론'을 흘리는 등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이유였다.

문 후보 측은 즉각 사과 의사를 표시했지만 안 전 후보 측은 협상 재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안 전 후보 측에 일임하고 나서야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양측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문 후보 측은 두 후보간의 양자대결 방식을, 안 전 후보 측은 박 후보를 포함한 1:1 가상대결 방식을 고집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TV토론과 단독 양자회동에서 직접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안 전 후보는 11월23일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다.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충격은 컸다. 문 후보 측은 선대위원장단 총 사퇴 이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朴·文 양자구도…네거티브 공방도 치열

박 후보와 문 후보는 25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27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박 후보는 대전에서 문 후보는 부산에서 각각 첫 유세를 시작했다. 박 후보는 "실패한 과거 정권이 다시 부활해서 되겠느냐"며 문 후보를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문 후보도 "이번 대선이야말로 과거세력과 미래세력의 한 판 대결"이라고 반격을 펼쳤다.

박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문 후보를 비판하고, '준비된 여성대통령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으로 공세를 취했고 이번 선거가 미래세력과 과거세력의 대결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두 후보 캠프 간의 네거티브 공방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 문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변론 의혹 등을 제기했고, 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6억원 수수설', 박 후보 일가 재산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특히 12일 문 후보 측이 제기한 국정원의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 사건은 네거티브 공방전에 불을 붙였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국정원 여직원을 오피스텔에 불법 감금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이 국정원을 동원해 관권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 안 전 후보는 7일부터 본격적으로 문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두 후보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모두 3차례 공동유세를 진행했다. 두 후보가 함께 유세를 벌일 때마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하락세를 보이던 문 후보의 지지율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박 후보를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4일과 10일 열린 1, 2차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16일 열린 3차 TV토론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고 토론회는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18일 모두 이번 대선의 격전지인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유세를 마쳤다. 박 후보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어달라"고 호소했고, 문 후보는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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