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로 기록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전국 유권자 4050만7842명 중 3072만2912명이 투표를 마쳐 전국 평균 투표율은 75.8%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16대 총선(57.2%)·16대 대선(70.8%)·3회 지선(48.9%)·17대 총선(60.6%)·4회 지선(51.6%)·17대 대선(63%)·18대 총선(46.1%)·5회 지선(54.5%)·19대 총선(54.3%) 등 2000년 이후 실시한 모든 선거의 투표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직선제가 부활된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13대 대선에서 89.2%로 최고 기록을 남긴 뒤 ▲14대 대선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3.0% 등 하락세가 이어져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70%선에 조금 못 미치거나 16대 대선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전 한때 투표율이 15대 대선의 동시간대를 상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이후에도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16대 대선과의 동시간대 격차는 ▲오전 9시 0.9%포인트 ▲오전 11시 1.8%포인트 ▲낮 12시 2.1%포인트 ▲오후 1시 3.3%포인트 ▲오후 3시 5%포인트 ▲오후 5시 5.6%포인트 등으로 점점 커지며 역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율이 반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뚜렷해진 '보수·진보 대결' 구도에 따른 지지세 결집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보수 진영과 진보·개혁 진영의 1대 1 대결로 치러지는 첫 선거였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의 사퇴로 제3세력이 사실상 소멸한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자대결 구도가 확고히 다져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통해 보수 진영이 재집권까지 성공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온전히 쥐게 되느냐, 아니면 진보·개혁 진영이 5년만에 정권을 회복하느냐의 갈림길인 만큼 양측 지지층들이 투표소로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또 17대 대선과 달리 대세론이 일찌감치 사라져 예측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젊은층의 정치관심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초박빙상태로 대립하다 보니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 만들어져 투표장으로 지지세가 결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2002년에는 SNS가 없었지만 지금은 투표를 독려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며 "최근 선거에서 나타나듯 이번 선거에서도 SNS의 활약으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크게 올라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재외국민과 부재자선거의 높은 투표율도 이같은 결과를 뒷받침했다.

지난 5일부터 엿새 동안 전세계 164개국 공관에서 실시된 재외국민선거에는 전체 재외선거인 22만2389명 중 15만8235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71.2%를 기록했다.

또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전국에서 치러진 부재자투표에는 총 대상자 97만3525명 중 89만8864여명이 참여해 92.3%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선상투표는 7057명 중 6617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93.8%을 기록했다.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광주(80.4%)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고향인 대구(79.7%)가 전국 투표율 1·2위를 기록하는 등 여야의 정치적 '텃밭'에서 투표열기가 뜨거웠던 점도 투표율 상승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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