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나랏님은 하늘이 낸다'고 했다. 또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고도 했다. 결국 나랏님은 민심이 내는 셈이다.

내년 2월 새 대통령의 시대를 열어갈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탄생은 그래서 그가 기치로 내건 시대정신들에 대한 국민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박근혜'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국민대통합'의 실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 8·20 전대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그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와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며 대선정국 초기부터 대통합 행보에 나섰다.

비록 유족 측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달 8월28일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고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들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과거사 논란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정현 공보단장, 이상일 대변인 등 호남출신 당내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들을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선정국에서 초박빙의 선거구도가 형성되면서 각종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까지 진보와 보수로 뚜렷이 나뉘며 양쪽 진영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지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후보로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의미를 부여할만한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고 박빙의 승부에서 전통적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의 몰표에 기댔음을 부인하기도 힘들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값진 성과라 할만 하다.

2030에서의 절대적 약세와 5060의 절대적 우세 등 세대간 지지세 차이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은 절반을 조금 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이는 거꾸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보듬어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는 얘기다.

양극화 해소도 박 당선인이 임기 내내 온 힘을 쏟아야 할 과제다.

비정규직이 800만명을 넘어서고 자영업자 가운데 57%가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인 시대, 국민의 45%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낳기도 했다.

박 당선인도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이라고 수 차례 강조하며 양극화 해소에 대한 실천의지를 거듭 다져왔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의 혜택이 전 계층에게 광범위하게 퍼졌지만 지금은 일부 계층에게만 성장의 과실이 집중돼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경제민주화의 방향은 재벌개혁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중점을 뒀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재벌 때리기'로 비춰질 수 있는 정책들로 대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당시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고 그들이 스스로 변화의 축을 이뤄 조화롭게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그동안 대기업에서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 등을 위협했던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고 자기희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경기침체는 일자리 부족을 심화시키고 중산층은 물론 영세자영업자들의 삶을 힘겹게 만들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먹고사는'문제가 적절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정치력도 제대로 발휘되거나 인정받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박 당선자의 경제민주화 구상이 실현되면 대기업 집단도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경제 질서가 바로 잡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등이 살아나고 모든 경기주체가 공존하는 시장질서가 자리 잡게 된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로 점점 꼬여가고 있는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도 그의 정치적 시험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북한과의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게 대북정책의 기본 입장이다.

그는 로켓 발사와 관련해 "북한은 또다시 신뢰를 저버렸다. 그런 행동으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겠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북한에 알려주고 약속을 지키면 얻을 수 있는 대가도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뢰와 비핵화가 전제된다면 북한의 인프라 확충을 돕고 주요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국제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의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지원은 계속하겠지만 '퍼주기'는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해야 한다.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라며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강력한 억지력과 신뢰를 통해 구축되는 평화여야 진짜 평화"라며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정치쇄신도 시급한 과제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등장을 계기로 거세게 불어닥친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예상외로 컸음이 입증된 셈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밝힌대로 정치인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부정부패 해소 등 정치쇄신 작업을 차질없이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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