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를 마친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당 관계자들도 향후 진로에 대해서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전날 가슴을 졸이며 대선 결과를 지켜봤던 당직자들은 오전 9시까지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 기자실에만 5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전 10시께 총무본부, 공보실 등의 직원5~6명이 선거사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출근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이렇게(박빙으로) 나와 더 아쉽고 허탈하다"며 "앞으로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선거 체제로 꾸며졌던 당사는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된 곳처럼 다소 황량하다. 개표상황실로 이용됐던 대회의실에는 TV와 단상, 집기 등을 싣고나가는 업체 직원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는 모습이다. 당사 주차장 옆에 서있던 노란색 바람개비 들은 쓰러진채 그대로다.

민주통합당은 오후 3시 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을 여는 것 외에는 뚜렷한 향후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해단식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문 후보를 수행했던 참모들도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이 어떻게 갈 것인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의총을 열어 의원들 의견을 들어봐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대선이 끝난 20일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날부터 국회에 출석해 원내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아무 계획이 없다"며 "여야가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니 예산안 처리는 하게 되겠지만, 오늘 어떻게 할지는 오후쯤이나 돼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이해찬 대표가 사퇴한 데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당을 이끌어갈 만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향후 민주통합당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면서 당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 제기와 이에 따른 계파 간 갈등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