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3사의 선거방송 시청률 경쟁에서 KBS가 압승했다. SBS는 보도와 예능을 적절히 배합한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MBC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방송 이래 20년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9일 KBS의 대통령선거개표방송은 시청률 15.1%를 올렸다. SBS 8.9%, MBC는 4.6%였다.

정보와 재미, 볼거리 3박자를 갖춘 개표방송을 표방한 KBS는 기존의 딱딱한 선거방송에서 탈피해 흥미요소를 곳곳에 삽입했다. 투표 열기와 출구조사 등을 유명인 성대모사로 풀어주는 '이광용·안윤상의 집중분석', 전직 대통령들의 설전을 시트콤 형식으로 구성한 '반신욕의 제왕들' 등 코미디도 눈길을 끌었다.

또 새누리당 박근혜(60)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59) 후보를 게임 속 전사 캐릭터로 만들어 연식(나이), 소속부대, 주특기, 주무기, 역대전적, 전투력(득표율) 등으로 표현한 방식도 신선했다는 평이다. 실내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해 차례로 9개의 가상 세트를 선보인 것도 주목할 만한 시도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누린 방송사는 SBS다. 4월11일 제19대 총선 방송부터 후보 간 달리기, 줄다리기 등을 3D 애니메이션화한 화면을 선보였고 이번에도 방송 전부터 기대를 부풀렸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전국을 순례하는 '친구 달리기', 두 후보가 펜싱 게임을 즐기며 실시간 득표 상황을 보는 '펜싱', 전국의 정글을 돌며 득표율 등을 확인하는 '정글의 법칙'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시도는 외국 기자도 놀라게 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벌&메일의 특파원 마크 매키넌은 SBS 선거방송을 보고 감탄했다. 트위터에 SBS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게재하고 "한국의 선거방송을 보니 앞으로 다시는 CNN을 못 볼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두 방송사가 시청률과 콘텐츠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은 반면, MBC는 쓴맛을 다셔야 했다.

1992년 선거방송에서 시청률 15.4%를 올린 MBC는 1997년 13.6%, 2002년 11.4%, 2007년 9.1%, 2012년 4.6%로 사양길을 걸었다. 20년 전 성적표와 비교하면 10% 이상 급전직하다.

TV가 아닌 인터넷 등으로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 비율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KBS가 등락을 거듭하고 SBS가 꾸준히 상승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MBC는 실제 화면과 3차원 컴퓨터그래픽인 증강현실을 결합한 버추얼 테라스와 터치스크린으로 지역별 판세를 전하는 매직 터치, 가상의 360도 스크린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매직 데이터룸 등 새로운 요소를 결합했다. 개그맨 박명수(42)를 내세워 광화문 야외세트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MBC를 외면해온 시청자들의 리모컨 선택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