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힘들었지만 늘 행복했다. 그 덕분에 많이 부족한데도 훨씬 잘 할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담쟁이 캠프' 해단식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렸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3시께 검정색 양복과 자주색 넥타이 차림으로 당사에 도착했다.

전날 오후 11시40분께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문 후보는 감정을 추스른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해단식이 열린 1층 회의실에는 정세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 김부겸·이인영·박영선 상임 선대본부장,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장, 박병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캠프 관계자 및 당직자, 캠프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회의실 앞에는 '담쟁이 캠프 선대위 해단식,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꼭! 이루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연두색 현수막이 걸렸다. 해단식이 열리기 전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문 후보가 도착하자, 참석자들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문 후보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 문 후보는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정치 또 새로운 시대를 직접 이끌어 보겠다고 생각한 저 개인의 꿈은 이제 끝났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희망, 새로운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이어가자, 일부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대선 보름 전 투입돼 캠프를 진두지휘했던 정세균 상임고문은 "자랑스러운 문 후보를 꼭 18대 대통령으로 만들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었는데, 저희 힘이 부족했다. 송구하다"라며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민주당이 앞장서서 해나갈 것이고 그렇게 하다보면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자원봉사자 3명이 각자 선거운동 기간의 소회를 밝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유세운영팀에서 일했던 여성 자원봉사자 김모씨는 울먹이며 "어제 밤새 울며 '문 후보를 조금 덜 사랑할 걸 그랬나. 조금 덜 존경할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이들의 힘으로 저희가 나중에 꼭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발언을 마치며 참고 있던 눈물을 쏟자, 문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씨와 포옹하며 다독거렸다.

청년위원회에 참여한 성모씨는 "우리는 그동안 김대중이라는 술, 노무현이라는 술, 김근태라는 술에 너무 취해서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엔 문재인이라는 새로운 술이 나왔다"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그 술 좀 끊어보라' 말씀한 것이다. 국민들이 다시 그 술을 따라줄 때까지 술잔을 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우원식 총무본부장이 "선거에는 패했지만, 새로운 시작이다"라며 해단식을 마무리 지었다. 참석자들은 구호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문재인, 문재인"을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오후 3시33분께 문 후보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문 후보가 나간 자리에는 문 후보의 선거 로고송 '사람이 웃는다'가 울려 퍼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