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곽의영 前 충청대교수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제대로 해소되기도 전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촉발되면서 세계경제는 불황의 장기화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에는 유럽발(發)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이슈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유럽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졌으며, 내년 성장률도 유럽중앙은행(ECB)은 -0.3%로 보다 낮게 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재정절벽과 같은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

다행히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계부채도 상당 부분 조정되면서 소비 여력이 회복되어 경기가 미미하나마 호전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극복해 올해의 7.7%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3년에도 유럽의 경기침체,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에 의해 수출 주도의 중국은 경기부양책과 함께, 소비 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바로 경제 성장 속도가 조정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우 만성적인 인프라 부족과 정부의 정책능력 부족으로 과거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이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국내의 경제연구 기관들도 대체로 3.4% 내외로 예측하고 있다.

오늘 날 유로존 재정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경기뿐만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까지 그 여파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3/4분기만 해도 우리나라 성장률은 전(前)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를 보아도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그리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노무라, UBS(스위스 금융그룹),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 상당수가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내년 성장률이 3.1%에 그칠 것이며, 한국은행 역시 내년 국내 성장률을 3.2%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잠재성장률(3%대 추정)에 미치지 못하는 3.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전망치들은 가계 소득 여건 개선에 의해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름지기 내년 국내의 주요변수로는 유럽 재정위기와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등을 꼽을 수가 있다.

그 동안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방화벽 구축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어서, 내년에도 유로존 경기부진은 지속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재정절벽 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경우 내년 미국 경제는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경제의 큰 위험요인의 하나이다. 이제는 가계가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수준에 처해 있다. 고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지속될 것이어서, 수출에 비해 내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민간소비 및 건설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부진이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 할 수 있다.

2013년 새해에도 대내외적 환경이 매우 어렵고 불확실할 것이다. 그러기에 대외환경 악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하며,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건설경기와 맞물려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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