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신·연탄·기부금 등 남 몰래 선행 잇따라 … 희망나눔캠페인 성금 목표액 90% 넘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충북지역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없는 천사'가 나타나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 장기화와 선거 등의 영향으로 나눔의 손길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공동모금회 모금캠페인이나 구세군 자선남비 등에 온정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보은군 산외면사무소에 털신 187켤레가 배달됐다. 한 독지가가 "노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도록 전달해 달라"며 기탁한 선물이다.

선물을 보낸 독지가는 이 지역에 사는 80대 노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별 것도 아닌데, 호들갑 떨지 않겠다"며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고 한다.

산외면사무소 관계자는 "며칠 전 스스로를 '주민'이라고 밝힌 한 할아버지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80세 이상 노인에게 털신을 선물하고 싶은데,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더니 오늘 털신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락처라도 남겨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분께서는 '누구에게 알리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며 신분노출을 꺼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오후 제천시 장락동 연탄공장인 ㈜동원산업(대표 목동균)에 한 여성이 찾아와 연탄 2만장(900만원 상당)을 구입해 보관증을 받았다.

이 여성은 곧바로 제천시 사회복지과를 방문,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달라"며 연탄 보관증을 전달하고는 급히 발길을 돌렸다.

시 직원들은 이 여성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려 했으나 "나도 심부름만 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10년째 해마다 12월이면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동원산업 관계자와 시청 직원들은 이 여성을 '얼굴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제천시는 이번 주까지 시내 저소득층 80가구를 선정해 얼굴없는 천사의 연탄을 나눠줄 예정이다.

또 지난달 27일 충주시 금가면사무소에 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짧은 사연과 함께 수표 50만원이 든 편지가 배달됐다.

9년째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2차례씩 계속된 '얼굴없는 기부'로 면사무소 직원들은 이 익명의 독지가를 '금가면의 얼굴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올해 2월과 6월에도 편지와 함께 100만원씩 200만원이 배달돼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해마다 5~6월에는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을, 11월이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연탄값을 보내오고 있다.

이와 함께 '희망2013나눔캠페인'에 모인 성금은 총 23억1천640만원으로 지난해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구세군 충북지방본영에도 온정의 손길에 이어져 모금액은 목표액에 가까운 1억300만원가량이다.

구세군 충북본영 관계자는 "한파와 선거 등으로 온정의 손길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으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돕겠다는 훈훈한 마음은 아직까지 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윤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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