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지려고 해도 지기 어려운 선거를 졌다.'

대선패배 후 민주통합당 쪽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역사의 죄인이 됐다'며, 국민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른바 안철수 전 후보와 48%의 지지자들을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 언론은 이번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를 문재인 후보만의 브랜드가 없었고, 설득력 있는 민생 공약이 부족했으며, 모든 것을 다 거는 절박함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아닌 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대선 전략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부터 준비된 모습이 아닌 듯했다. 4.11 총선에 패배한 직후 뼈저린 반성도 없이 다시 대선에 임했고, 대선후보도 새누리당보다 한 달 늦게 선출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75%만 넘으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그 이상으로 나왔음에도 승리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한 언론은 이정희 후보의 막말과 문재인 후보의 NLL 발언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면서 5060세대가 반기를 드는 보수대연합 양상이 나타난 점, 둘째, 민주당의 지도력과 협동능력의 결여 등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선거는 표면적 원인만 분석하기에는 복잡한 변수들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의 상품성과 정책, 득표 영향력이다.

박 당선자가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한 준비된 후보였다면 문재인 후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치초년생 정도였다.

그런데도 박 당선자가 세 번째 출마 경험을 토대로 노련미를 보이면서 외연을 확대하고, 아버지의 후광까지 받고 있을 때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적전 분열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이 보수 대 결집에 나서고 있을 때 민주통합당은 열린우리당과 구 민주당과의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타났다.

결국 야권후보는 단일화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적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민주통합당은 그 후에도 안 후보에 기대는 정도가 지나쳐 확실한 수권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가 막을 내린 지금까지도 안철수 후보에게 기대는 현상은 여전한 모습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의 향후 정치구도도 밝은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번 선거는 민주통합당이 그리 크게 진 게임도 아니었다. 48%라는 것은 말 그대로 2% 부족한 정도다.

남은 5년 동안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기울인다면 다음 선거는 승산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점에서는 여권도 그리 자만할 일이 못 된다. 이번 선거의 승리도 야당이 2% 부족해서 운 좋게 얻은 행운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권은 절반이 지지한 정권일 뿐이다. 지금 국민 두 명당 한 명은 멘붕 상태에 있다. 이번 대선을 가른 2%의 국민은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성공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준다. 대권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가슴만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이제는 정책을 통해 국민 마음속을 깊숙이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선거의 패배를 남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고 철저한 원인분석을 거쳐 미래를 준비한다면 2017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비게이션도 스위치를 켜면 가장 먼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모르면 나아갈 할 방향도 찾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지금 자신의 위치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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