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성공' 음성 송하네 햇빛사과 박찬근 대표, 직장생활·자영업 뒤로한채 고향行 낮엔 사과농사 밤엔 파워블로거

2013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올해 우리나라는 각종 경제지표를 비롯해 대외내적인 환경으로 볼 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매년 듣는 소리지만 올해에는 경기침체의 터널이 너무 길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이에 따른 여파는 국내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이에 서민들은 내수부진과 맞물려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는 등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수년간 국내외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꿋꿋히 자신만의 길을 가며 꿈을 실현해 가는 사람들이 있어 주목을 받는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반복하다,고향으로 내려와 낮에는 사과농사를 짓고 밤에는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박찬근(41)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충북 음성군 소이면 문등리에서 '송하네 햇빛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박씨를 만나 정착하기까지의 과정,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었던 배경, 10년 뒤의 모습 등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생활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농촌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박씨는 "한 해의 농산물 가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몇년간 배우고 노력하면 농촌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농업은 이야기이다'라고 주장하는 박씨는 농촌의 일상을 인터넷에 생생하게 전달하며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농사를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농사도 재미있고 농작물도 잘 자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사과농장(2만㎥)의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이 와서 즐기고 볼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상황에서 무리하게 키웠을 경우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씨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슬로우 패턴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돌아가신 형님의 영향이 컷다.

▶직장생활과 자영업= 대학에서 농업기계공학을 전공한 박씨는 99년 졸업 후 경기도 수원의 축산기술연구소에 취업했으나 2년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조교로 생활했다.

이후 충남에 소재한 축산폐수처리기계 생산업체에서 일하다가 청주와 수도권을 오가며 휴대폰 대리점 등 자영업을 했다.

▶여유로운 삶을 고민= 2006년 형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박씨는 단조롭고 불안정한 생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시간에 쫓기고 각박함의 연속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생활을 알아 귀농을 주저하던 박씨에게 힘을 준 것은 아내 김지환(40)씨다.

▶관행농법과 신농법의 갈등= 박씨는 되도록이면 퇴비와 비료,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는 사과농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곳만 풀을 베고 다른 곳은 그냥 자라게 둔다. 꼭 해야 될 것은 하지만 뺄 건 빼고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같은 동네에 살며 농사를 짓는 박씨는 초반에 농법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아버지는 수시로 풀을 베고 농약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농약을 뿌리기는 하지만, 제초제는 절대 쓰지 않고, 수확 30일 전에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은 철저히 지킨다"고 했다.



▶교육의 중요성= 귀농 이후 박씨가 자신감 있는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이론적 토대와 실제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생생한 정보 등을 얻었다.

박씨가 파워블로거가 된 것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정보화 교육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농촌에서 조금만 주위를 들러보면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농사 짓는데 필요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귀농을 준비할 경우 꼭 교육을 먼저 받고 현장실습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파워블로거 활동= '농업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박씨는 "생산물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면서 거짓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농법은 물론 농촌의 현실과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다가 '싸우는 이야기', '농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 등을 전하며 신뢰를 쌓고 소통을 하는 것이다.

2009년 블로그를 개설한 그는 "처음에는 농산물을 팔기 위해 인터넷을 배웠는데, 지금은 농업과 농촌을 알리기 위해 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부터 충북사이버농업인연합회 홍보실장을 맡은 그는 앞으로도 농업인과 소비자, 네티즌 사이를 오가며 시골이야기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귀농정책의 문제점= 귀농귀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퇴직 이후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기기 어렵고, 철저한 준비가 안되면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농촌에도 30~40대가 많이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을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농업인들도 무조건적으로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고 요구하는 약자적인 모습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후의 모습= 송하(9), 준하(4) 두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박씨는 "그때도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겠지만, 소비자들과 소통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농업과 농촌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과 진솔한 소통을 해 나갈 생각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 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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