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고에 벽화 그린 청주출신 김현묵 작가

청주시 성안길 우리문고(옛 일선문고)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이 그려져 있다. 별이 반짝이는 블루빛 밤의 정경을 굽이치는 두꺼운 붓놀림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한 눈에 시선을 잡는다. 고흐작품의 복사본이 아니다. 청주 출신으로 6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한 김현묵(25) 작가의 작품.

우리문고 3층 어린이 부스에는 '고흐부터 뉴욕까지'를 주제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어린왕자' 등의 벽화를 배경으로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스파이더맨, 스머프 등이 펼쳐져있다. 2주동안 하루 12시간씩 그려 완성된 작품이다.

"아이들이 어린왕자 옆에서 책을 읽으면서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꿈과 상상력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고흐는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고 했거든요. 서점에 그림이 있으면 상상력이 더 풍부해져요."

우리문고 1~3층 계단에 그려진 한국문인 20명 초상화도 김현묵 작가가 붓으로 직접 그렸다. 충북 충주출신 신경림 시인부터, 신경숙, 이외수, 윤동주, 이상 등의 초상화와 함께 그들의 저서 명언도 함께 그려져있다. 또, 옥상 야외공연장으로 가는 길목의 '음악가의 초상'도 그의 손길로 완성됐다.

"2층 계단에는 많이 알려져있는 작가들, 3층에는 고인이나 옛 시대 작가들 위주로 배치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은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그려놓았죠. 사장님께서 '풀'을 지은 김수영 시인을 좋아하시는데 제가 김수영 시인의 초상화를 작게 그린 거예요. 그래서 다시 그리기도 했죠."

김 작가는 청주 봉정초, 봉명중, 오창고를 졸업한뒤 바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프랑스 디종국립미술학교(ENSA DIJON)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지난해 가을 귀국했다. 프랑스를 택한 이유는 복원미술에 대한 관심과 세계에서 가장 큰 루브르박물관이 있기 때문. 그리고는, 이 루브르에서 개인전을 하는 것이 꿈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제가 아시아권에서 왔기 때문에 엣날방식을 고수한다고 다들 생각했죠. 프랑스에서는 설치나 미디어아트 같은 개념미술을 하는 추세거든요. 덕분에, 친구들 물감을 다 얻어썼죠."

우리문고 3층 전시장에서는 6일까지 그의 개인전이 함께 열렸었다. '기억에 의지한 이미지'의 주제로 프랑스 유학시절에 그렸던 700호의 대작(왼쪽 하단 사진) 등이 선보였다. 기억의 단편들을 되새기고 서로 이어붙여 머릿속 기억들을 일종의 자화상으로 꺼내놓았다.


"프랑스에서 배운 것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눈을 키웠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상상력이랄까요? 캔버스 하나로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걸리는 공간 전체가 캔버스 라는 걸 배웠어요. 공간과 작품이 하나가 돼야 한차원 높은 작품이 되는거죠."

프랑스 유학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단다.

"청주만의 컬러가 없는 것 같아요. 회화가 강한 곳 같은데 캔버스앞에서만 미술을 이야기하려 하고 중견작가들이 많잖아요. 그만큼 변화가 없고 멈춰있다는 말이죠. 성안길 가게 쇼윈도우에 그림을 하나씩 걸어 예술작품을 보게 하는 페인팅페스티벌도 좋고, 젊은 작가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면 좋겠어요."

예술은 어렵지 않다고도 강조한다.



"프랑스에서는 보석을 고르듯이 옷을 고르듯이 갤러리에 들어가서 마음에 들면 작품을 사요. 아주 자연스럽게! 근데 청주는 갤러리 앞에서 서성이고 작품 보는 것 자체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앞으로 계획은, 일단 이달 29일 육군에 입대한다. 휴가 때마다 짬짬이 붓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유학과정의 시행착오를 담은 책 '프랑스로 가는길'(가제)을 집필중이다.

"강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주부이든, 대학생이든, 아이들이든 대상은 상관없어요. 제가 가진 생각을 미술에 관심있는 이들과 소통하며 나누고 싶으니까요."

젊은 작가와 열정과 새로운 생각이 지역예술계를 바꾸고 있다.

글·사진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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