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 - 햇빛창공]

느린 걸음으로 시골길을 걸어보았는가. 익숙치 않은 삶에게는 머뭇거림이 있을 지 모르지만 곧 은근한 끌림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같은 시골이라도 우리마을과 이웃마을의 첫 인상은 사뭇 다르다. 길들여진 것과 길들여지지 않은 낯설음의 차이일 것이다. 유독 마음에 끌리는 집이 있다면 담장 너머로 기웃거려도 좋다.

혹여 마을사람이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거들랑 빙그레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낯설음에 대한 첫인사쯤 되지 않겠는가. 어찌 되었건 낯선 시골길을 가끔 걸어볼 만하다.

햇살이 내리쬐는 우리마을 저편은 아직도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그 마을 어르신의 말씀에 의하면 봄이나 되어야 눈이 녹는다고 한다. 그 마을로 차에 사과를 가득 싣고 배달을 갔다. 산비탈 꼬불꼬불 시골을 돌고 돌아 가던 중 이끌림이 있었다.



흙벽에 걸린 나무사다리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낡은 텔레비전. 아직도 시골에선 흔하디 흔한 풍경이겠지만 오늘은 그것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어르신, 잠시만요. 사진 좀 찍고 갈게요."

남의 동네, 주인 없는 남의 집안을 들어서니 흔한 풍경도 짜릿하게 다가온다. 흙벽에 걸린 나무사다리가 동경하던 시골살이의 풍경처럼 곱게 느껴진다. 한 손으로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사다리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세월을 거슬러 사는 것은 아닐테고, 분명 딱 잘라서 무엇이다 단정지을 순 없지만 소중히 간직하고픔 일 것이다.

'저 나무사다리가 언젠가 한번쯤은 요긴하게 쓰이겠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낡은 텔레비전은 여지껏 고물상 아저씨께서 주워가지 않은 것을 보면 안방 아니면 사랑방에서 쫓겨나온 지 그리 오래돼 보이지는 않았다. 저 녀석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집에 들어와 우리집 TV를 바라보았다. 결혼하면서 구입한 TV인데 딱 10년을 겨우 넘겼다. 그래도 그때는 쓸만 했는데, 아내는 호시탐탐 TV를 처분할 생각을 한다. 텔레비전이 없으면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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