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안태영 제천제일고등학교 교감

32년 전, 초임발령을 받고 교무실에 들어섰을 때, 나를 먼저 반긴 것은 자욱한 담배 연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흡연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나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건강도 챙길 겸해서 금연하기로 결심했다. 몇 번의 작심세월을 반복하다가 10년이 지난 1991년에야 완전한 금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 있게 '성공'이라는 명찰을 내 삶의 옷에 부착할 수 있는 건 이것이 유일하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경우는 '성공'이 아니라 '목표 달성'이지만, 그래도 나는 굳이 '성공'이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판단하고 결정한 일 중에 가장 기특한 것이 바로 금연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공은 예상치 못한 왕성한 식욕을 동반했다.

과체중으로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가 산행을 권했다. 내 성격에 홀로 산행은 딱 맞는 운동이었다. 그렇게 10여년을 새벽마다 산행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혼자 산행하다 보니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 있는 산을 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남자 회원만 가입 자격이 있는 산악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양한 직종을 가진 회원들이 무려 70명이나 되었고 부부동반 산행이라 가족적인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이렇게 해서 사업가, 정치인, 일반 공무원, 농업경영인, 서비스업자, 기타 등등 다양한 직업인들과 함께 산행하게 되었다. 혼자 산행하면 내가 가고 싶은 속도대로 산행하기 때문에 빨리 다녀올 수 있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산행하다 보니 속도는 많이 떨어졌지만, 대신 멀리 갈 수가 있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과 같이 의식 수준이 향상된 사회에서 훌륭한 리더는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영감을 주어서 그들이 자존감과 행복감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만 빨리 성공하고 잘되는 것보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함께 잘되기 위해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멀리 갈 수가 있고 멀리 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 날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에너지가 있다. 마치 무거운 차가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듯이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이것'이라는 정신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또한 이것에 대한 가치적 정의 역시 무수히 많다. 이것은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것은 성공의 비타민이다. 이것 없이는 그 어떤 위대한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풍부한 인생을 창조하는 원동력이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훌륭한 CEO의 자질로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카리스마, 의사전달능력, 정직성, 비전, 전문지식, 이것. 성공의 처방전에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이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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