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에서 인생을 만나다-3. 야라설산과 아름다운 금빛 사원 무야진타

아침 일찍 짱짜이 마을을 출발하기 위해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아침임에도 햇살은 너무나 뜨거웠고, 눈이 부셨다.

이 지역은 특히 자외선 지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한다. 하루 밤 신세를 진 주인부부와 이별인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주인 남자는 얼굴도 시커멓고 콧수염을 길러 건성으로 바라보면 인상이 사납게 느껴지던 사람이었는데 어제 보니 먼저 우리를 찾아와 담배를 권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볼 때 심성은 달라보였다. 그냥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그럴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경계를 하였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보이는 것과 내면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아직 나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리라.

반면 주인 여자는 얼굴이 곱상하고 자애로워 보였으며 인상도 편하여 남편과는 대조적이었다. 주인부부와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장짜이 마을을 출발해 우리는 파메이(八美)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파메이(八美)로 가는 도중에 폭포가 거대한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모습이 보여 차를 세웠다. 고도 2천125m. 저 폭포는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곳인데 며칠동안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자연현상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폭포는 산 상단부분의 동굴 같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아래로 쏟아져 내렸는데 그 길이가 어림짐작으로 100m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수량도 많고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이 보통의 폭포와 다르게 동굴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 신기하다.

오전 11시30분경 단파현 공안국소속 삼림방(森林防) 검문소에서 검문을 받았다. 기사들이 신분증을 가지고 가 5분 정도 조사를 받고 아무런 문제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이어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갔고 해발 3천m에 이르자 계곡의 돌들이 산 아래와는 다르게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계곡과 산 그리고 구름들. 사진 포인트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았지만 어디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없었고, 더군다나 곳곳이 공사중이어서 세워달라고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3천m 이하에서 보지 못했던 붉은돌은 계속해 계곡을 따라 늘어져 있었는데 왜 이 높은 곳의 돌들이 아래의 돌들과 다른 색깔을 띠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해발 3천585m에 오르자 멀리 구름속에 몸을 감춘 야라설산(雅拉雪山)이 보인다. 야라설산은 높이 5천884m로 이곳에서는 가장 높은 산 중의 하나이다. 굽이치는 물줄기와 미로 같은 길들 그리고 흰 눈들이 쌓인 만년설로 뒤덮힌 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아름답다. 아직 설산을 촬영하기에 적당하지 않아 더 산 정상으로 올라가 3천880m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야라설산을 촬영했다. 설산은 양쪽으로 이어진 산등성이의 중간에 솟아 있었고, 산사태가 난 것인지 눈이 흘러내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깊은 계곡에는 흰색이 뚜렷하게 보이고, 산봉우리 정상은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낮 12시 5분 다시 고개를 내려가 파메이(八美) 초원에 도착했다. 파메이 초원은 전형적인 티베트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초원이다. 나무도 없고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몇 채의 집과 집근처의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이다. 하늘에는 구름이 점점 더 짙게 밀려든다. 저 멀리 혜원사(惠遠寺)도 보인다. 너무 멀어 윤곽만 간신히 잡히는 혜원사는 16세기경 달라이라마 7세가 세운 사찰로 달라이라마 11세가 태어난 고향이라고도 한다.

아름다운 파메이 초원을 가슴에 담고 타공(塔公)으로 향했다. 티베트어로 타공(塔公)은 '보살이 좋아하는 땅'이라고 한다. 내려가는 좌측편은 자작나무숲이 펼쳐져 있고, 길은 온통 도로공사중이라 기계가 길을 막고 있다. 도로에서 기계를 치워줘야만 통행할 수 있는데 공사하는 사람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고 바로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다. 길이 확보되어 도로를 달리다가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두 명의 스님과 차량이 충돌했는데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은듯 스님들이 일어나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우리의 차량은 고개를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한다. 3천510m로 내려 왔을 때의 풍경은 초원과 유채, 징커 그리고 감자밭이 전부였다. 감자꽃은 흰색과 자주색보다 진한 붉은색에 가까운 꽃이 피어있었다. 8km쯤 내려오자 야라설산 25km, 혜원사 8km, 롱덩초원(龍燈草原) 38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타났고, 조금 지나자 파메이 석림(八美石林) 이라는 이정표도 보였다.

오후 1시 20분 다시 고도가 3천850m이다. 우리가 탄 차량이 달리는 오토바이와 추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으나 다행이 아무런 피해는 없었는데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내 머리가 차량천정과 부딪혔다.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는데 눈앞에 파란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초원이 그림처럼 나타나 아픈 것도 잊어버렸다. 그 초원의 언덕 끝에는 야크와 양떼를 지키는 아가씨가 빨간 우산을 쓰고 언덕 능선의 끝에 앉아있다. 흰 구름과 초원 그리고 야크의 모습과 더불어 여인의 빨간 우산은 티베트(西藏)의 전형적인 한 폭의 수채화다.

오후 2시경 무야진타(木雅金塔)에 도착했다. 해발 3천740m에 세워진 무야진타의 지붕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서둘러 타프를 치고 우리가 가지고 갔던 김치, 깻잎, 멸치를 꺼내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이곳 현지인들에게는 흥미로웠는지 몇 사람이 몰려와 구경을 한다. 우리가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여부가 구경꾼이 되기도 하고 구경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 무야진타를 둘러보았다. 황금빛 채색을 한 사원이 햇살을 받아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멀리 야라설산과 초원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 사원옆 언덕에는 온통 형용색색의 찡판(經幡)이 온 산을 뒤덮고 있고 '옴마니 반메움'이라고 쓴 커다란 표지석은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엄청난 크기로 만들어 놓았다.

사원 주변에는 말을 태워주는 마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말을 타고 한 바퀴 도는데 200위엔. 말 트레킹 길이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싼 가격은 아니다. 사원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사원 앞 초원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곳에도 철조망을 치고 들어가는 사람에게 1인당 10위엔씩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면 모두 이렇게 적극적으로 돈을 벌려는 방안을 강구한다. 사원을 정면에서 촬영하기 위해서는 초원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10위엔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10위엔을 지불하고 초원 안으로 들어갔다. 정면에서 보니 사원 우측으로 설산이 들어오고 초원에도 커다란 기둥을 세우고 그곳에 파르초를 걸어 두었다. 초원에는 수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잔잔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짧은 기간 동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다음 이내 시들면 다시 그 꽃씨가 떨어져 내년에 다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울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중에는 우리가 '에델바이스'라고 부르는 하얀 꽃과 범꼬리풀과 같이 생긴 불그스레한 이름 모를 꽃, 그리고 노란색 층층이 꽃들이 많이 보인다.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를 정도로 초원이 온통 꽃밭이다.

무야진타(木雅金塔)의 사진촬영을 마치고 타프로 돌아왔다. 이제 타프를 걷고 출발 준비를 해야 한다. 타프를 철수하는 것을 보고 이곳에서 말을 몰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같이 거들어준다. 수십 마리의 말들이 관광객을 기다리듯이 그 말을 모는 마부들 역시 수십 명이다. 손님이 없으니 그들도 한가하고 이렇게 타국에서 온 이방인들을 구경삼아 한낮의 오후를 즐기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핸드폰에 이어폰을 끼고 중절모를 쓴 모습이 꼭 모델 같은 처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사진촬영에 응해 주는데 그 미소가 너무나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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