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개와…」국제학술회의 개최 의의

수양개 유적은 홀로 존재하는가. 아니다. 선사유적도 사람과 매한가지로 이웃과 함께 존재한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단양관광호텔에서 단양군 주최로 열리고 있는 제6회 수양개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를 「수양개와 그 이웃들」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양개의 이웃은 어디인가. 작게는 단양 금굴, 상시바위그늘, 제천 창내, 점말용굴, 단양 구낭굴 등이고 크게는 러시아 우스티노프카, 중국 하천, 일본 큐슈, 폴란드 발틱연해, 미국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1만5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후기구석기 당시에 세계화라든지, 지방화라는 21세기의 슬로건은 없었지만 석기의 실크로드를 통해 호모사피엔스(슬기사람)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시공을 초월한 각 지역의 호모사피엔스 후예들이 단양에 다시 모여 서로의 족적을 검증하고 비교연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여러명이 단양을 찾았고 국내 고고학계의 유명교수 상당수가 이곳에 모였다.
 미국에서 온 마이클 조킴(캘리포니아대 교수)은 채집경제에서 농경문화로 옮아가는 과정을 주로 연구했다. 70년대 그의 논문은 전 세계 고고학도들이 읽어야 할 필독의 명저였다. 물론 우리나라 고고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이번 세미나서 중부 유럽의 구석기를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동의 경로를 되짚어봤다.단양 수양개가 유럽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단정짓기는 어렵다해도 간접적으로 석기문화의 이동행렬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 개연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마리우스, 도미니크, 에바 등 대학원생과 함께 온 폴란드 우찌대의 루시나 도만스카 교수는 북부 폴란드의 돌날기법의 변화를 발표하였다.
 재질은 달라도 돌날떼기의 수법은 이역만리를 초월하여 닮은꼴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인터넷이 있던 세상도 아니고 비행기가 운행되던 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일본 명치대의 암비루 마사오 교수는 큐슈지방의 후기구석기 「슴베찌르개」문화가 수양개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래 이융조 충북대교수의 학설과 맥락을 함께 하는 것으로 동북아 후기 구석기 문화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수양개 유적의 국제적 자리매김에 큰 힘이 됐다.
 얼마전 일본의 구석기 연구는 유물 날조사건으로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후기 구석기 분야에서 만큼은 야스히로 기자키(구마모토현 교육청 문화과)의 발표가 말해주듯 이를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세분화 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 고인류 이동의 두 물결」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아나톨리 데레비안코(러시아과학원 고고학·인종학연구소장)는 러시아 고고학의 대부격이다. 중부시베리아 노보시빌스크에 살고 있는 그는 러시아 고고학을 이끄는 견인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헌종 교수(목포대)등 여러명이 그의 문하생이다. 사실 한반도의 고고학은 시베리아나 중국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홀로 존재하기가 퍽이나 힘들다. 학문의 특성상 이웃들과 공조하고 협력해야한차원 높은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학자들도 태반이 모였다. 임효재 한국선사고고학회장, 배기동 한양대교수, 최무장 건국대교수, 박영철 부산대박물관장, 박희현 서울시립대교수, 한창균 한남대교수, 최정필 세종대교수, 정영화 영남대교수, 이형우 전남대교수, 이기길 조선대교수, 성춘택 서울대교수, 김종찬 서울대교수 등이 머리를 맞댔다.
 6회를 거듭하는 동안 관련학계의 유명 교수는 거의 한차례이상 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정도다.
 『상대방은 나의 거울입니다. 이웃이 없는 상태에서 홀로서기란 퍽 어려운 것이죠. 우리와 이웃의 관계를 검토하고 거기서 우리의 번지수를 찾는 작업이 바로 국제학술회의의 취지라고 봅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융조 교수는 억척스럽게도 수양개 국제학술회의를 6회째나 이끌어 왔다. 단양군과 김재호 단양향토문화연구회장 등 지역 유지들의 노력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단일 유적을 주제로 6회씩이나 국제학술회의를 연 것은 단양군이 유일하다.
 그러한 세계화 지방화의 물결속에 수양개 유적은 세계속의 유적으로 자리를 굳건히 잡으면서 내년, 야외 박물관의 삽질을 앞두고 있다. 충주호 수상관광과 연계시킬 경우 수양개 유적은 큰 볼거리로 세인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것은 희망사항에 그치는게 아니라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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