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청주의 복지를 말한다] ① 방향은 이미 결정, 어떻게 추진할까

사회복지 현장에서만 25년 6개월을 보냈다. 그동안 나름대로 사회복지에 대한 생각은 정립돼 있었지만, 실천 과정에서 많은 좌절과 한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民)도 아니고 관(官)도 아닌 '제3의 영역'인 청주복지재단을 택했다.

지난 7개월여 근무하는 동안, 관과 민의 생각의 차이가 무엇인지, 또한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을 잡았고, 그리고 싶었던 복지그림의 틀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상생(相生)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네트워크라는 말도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한다. 상생도 네트워크도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차이를 인정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주 복지정책 만큼은 상생의 입장에서, 진정한 거버넌스(governance) 입장에서, 계획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하며 실태와 대안을 모색했다.

이번 기획은 ①방향은 이미 결정, 어떻게 추진할까 ②대안을 찾아라 ③청주 복지발전 등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2012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복지의 방향은 제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어떻게 나아가느냐의 방법론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사회복지를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싸움에서 이제 보편적복지가 대세라는 암묵적 의견의 일치는 본 것처럼 보이지만, 들어가 보면 당론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듯하다.

즉, 복지를 생각할 때 국민의 삶의 질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표로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학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소위 사회복지 리더라는 분들은 아직도 줄서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사회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지속성과 연속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는 그때마다 주기적으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필자는 최소한 사회복지 정책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법에 명시된 범위 안에서 일상적인 서비스를 전달하는 의미에서의 복지가 아니고, 진정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복지의 초점이 맞추어 진다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 모든 정책은 스케치과정 중요

모든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스케치라 생각한다. 어떤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림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경우 이미 추구하고자 하는 복지 밑그림은 나와 있다. 그런데 그림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洞) 주민센터 복지 허브화 사업'이 활성화되고 정착된다면 우리 지역의 사회복지전달체계를 바꾸는 획기적인 정책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출발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행정 편의적 접근방식이 짙다는 것이다.

즉,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고, 알고 있어도 나하고는 관계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범사업지역으로 4개 동(洞) 주민센터를 선정하게 된 이유가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핵심인력인 통장들에게 충분하게 이 사업에 대해 이해를 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지금 상태로 시범사업이 전개된다면, 향후 조례를 개정하고 30개동으로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본래의 취지대로 이 사업이 우리 지역에 뿌리를 내릴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이외에도 독거노인문제(특히 자살문제), 장애인·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 등 모든 부분에서, 통합된 큰 틀에서의 계획이 만들어져야 실천 현장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부서별 파편적 계획으로는 전체 큰 틀에서의 복지 그림을 스케치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최일선 기관에서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다. 즉,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 정책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 복지 체감도 낮은 원인 찾아야

사회복지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체감도가 낮은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 점검할 시점이 되었다. 즉, 우리가 시민의 삶의 질을 이야기 할 때,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 사회복지 예산이 해마다 증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낮은 것일까? 원론적으로 보면 점점 사회복지 분야가 넓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설·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기존의 시설·단체에는 그 예산의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의 사회복지 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투입되는 예산대비 체감도의 현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사회복지에 투입을 한다 해도 시민들이 느끼는 효과는 낮을 것이다. 서비스 전달과정상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전달 방법이 문제인가, 아니면 서비스를 받는 자가 타성에 젖어 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꼼꼼하게 따져볼 시점이 되었다.

# 다양한 소통 창구 필요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의견이나 의사 따위가 남에게 잘 통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도 상명하달(上命下達)식의 방법이 사회곳곳에 만연되고 있고, 흔히들 이것을 소통이라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 지시일 뿐이다.

이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강당에 모이게 하여, 설명회다 공청회다 등등의 명목으로, 전문가 몇 사람이 주제발표하고, 형식적인 토론과정을 거친 후, 우리는 충분히 할 일 했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게 되고, 이로 인해 시간낭비, 예산낭비, 주민들의 갈등 조장 현상만 벌어지게 된다.

시민을 위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시민들이 이해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곳곳에서 병목현상을 느낀다. 즉,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막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잦은 갈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통은 다양한 채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치단체장과 시민사이의 소통, 시 정책과 시민과의 소통, 공무원과 시민과의 소통, 민과 민의 소통 등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 환경개선 위한 자치단체 의지 필요

사회복지현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동안 정치적인 잣대로 사회복지를 이용하다 보니, 기존 환경의 개선보다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고, 새롭게 건물을 신축하는 등의 외형적 치장에 힘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처우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선거 때 공약으로만 이용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이제는 기존의 복지환경을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인 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아무리 사회복지예산의 비중을 늘린다 해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투자한 만큼의 효율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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