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변광섭 청주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그래서 봄소식이 더디게 올 것 같아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죄 없는 북풍한설만 원망해야 했다.

그렇지만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음을 대자연 속에서 느낀다. 입춘도 지나고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으니 말이다. 논두렁의 흙무덤과 목련은 꽃봉우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강변의 버들강아지도 생기발랄하다. 꽃샘추위의 시샘만 잘 견뎌내면 분명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니 꽃망울 터뜨리기 전에 즐거운 소풍을 준비해야겠다.

혼자 떠나는 소풍은 재미가 없다. 사랑하는 연인과 소중한 가족과 정겨운 이웃과 고마운 직장 동료들과 대자연을 벗삼아 알콩달콩 즐겨야 제맛이다. 그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우정을 나누며, 내일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에너지를 얻어오지 않던가. 그리하여 내 삶의 마디마디를 더욱 굵고 튼실하게 하니 이번 봄소풍은 나를 뛰어넘어 '우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청주시문화재단이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한 지 12년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문화의 힘과 창조의 가치가 성장동력이고, 문화로 하나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왔다. 그동안 공예비엔날레를 공예분야 베니스비엔날레로 끌어올리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으며, 직지축제와 청주읍성큰잔치 등 청주의 정체성을 찾고 시민들과 향유하며 감성을 나누는 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문화예술의 영감과 창조적 가치를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육성하며 기업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무엇보다도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던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국내 최초의 문화산업 요람으로, 세계적인 아트팩토리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 더 이상 담배냄새는 나지 않지만, 수 많은 근로자들의 진한 땀방울을 찾을 수 없지만 바로 그 자리에 문화의 꽃이 피고 문화를 창조하며 문화로 하나되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으니 말이다.

청주시문화재단은 이제 더 큰 도전과 아름다운 돋음, 그리고 세계라는 무대를 향한 무한질주를 시작했다. 세계 1등 재단으로 가는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직원이 속리산의 모처에 집결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다짐을 위해서인데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조별로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속한 팀의 닉네임은 '변-강-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팀원들의 의견을 모은 성공요인 세 가지는 바로 사람과 조직과 네트워크다. 창의와 열정과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사람, 신뢰하고 열려있으며 문화적이고 선택과 집중에 맞는 조직, 그리고 개인과 조직 모두 글로벌한 네트워크망을 갖추어야 한다. 튼실한 나무, 따뜻한 숲, 드넓은 바다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와함께 1등 재단을 위해 제거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벽, 관습, 착각으로 정했다. 개인의 벽과 부서의 벽과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하며,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삶과 고루한 행정에 젖어 방황하고 있는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최고라는, 이 때문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조차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벽을 부수고 관습을 타파하며 착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청주시문화재단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청주의 문화정체성을 찾고 문화가치를 창조하며, 시민사회와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감동을 나누며 세계인을 유혹하는 콘텐츠로 글로벌 사회를 이끌어가는 신명나는 변화 말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앞만보고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곡선으로 두르고 부드럽게 감싸며 보일 듯 말 듯 스스로를 감추되 과정은 민첩하고 결과는 명쾌하며 불멸의 향기로 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제 멋진 신세계, 꽃피는 봄이 오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