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들어온 지 딱 10년이 되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지금까지 학생들과 신문을 활용한 수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굳이 하자면 신문의 특징이나 구성에 대해 수업할 때 신문을 펼치고 2∼3분 정도 표제니 부제니 하는 것들을 설명했을 정도이니까.

처음 신문 활용 수업을 제안 받았을 때 여러 날을 고민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할까? 더군다나 2월에 개학하고 나면 국어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두 번뿐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서 의미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1년 동안 고입 선발고사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신없이 진도를 끝내야 했고, 수많은 문제를 풀어보느라 놓친 활동들을 떠올리면서 졸업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멋진 마지막 수업을 하고 싶었다.

생각 끝에 몇 권의 다이어리 중 한 권을 꺼냈다. 1995년도 다이어리였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다이어리 몇 권을 버리지 못하는 나만의 사연이 있다. 그 다이어리를 학교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신문을 하나씩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1. 교사의 시범 보이기

수업 시간에 빛바랜 보라색의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 1995년도 다이어리라고 하자 눈이 동그래진다. 이미 누렇게 바랜 신문 스크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이어리 안에는 온갖 신문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다. 국어학에 관한 지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삶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나는 이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내 꿈이 흔들릴 때, 꿈을 이룰 자신감이 없어질 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2. 들어가며

단돈 40달러만 가지고 독일행 비행기에 올라타 한국인 최초로 독일에서 법학과 정치학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여 귀국하게 된 인물 기사, 신문배달 소년에서 도지사 비서실장까지 오른 정치인 기사, 교장을 퇴임한 이후에도 다시 대학에 들어가 학업에 정진하는 삶을 다룬 기사, 불확실한 미래의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논한 사설 등을 소개하면서 그때 당시 나에게 있어서 신문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였다. 학생들은 아주 흥미로워하면서도 진지한 태도였다.

3. 활동하며

이 다이어리처럼 이번 수업시간에는 신문 속에서 역할모델을 찾아보자고 했다. 내 꿈이 대통령이 아니어도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 혹은 내가 버려야 할 요소들을 배울 수 있다면 모두 역할모델로 선택할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왜 그 기사문을 선택했는지, 이 수업을 통해서 새로 알게 되었거나 깨달은 점을 적도록 한 후 각 모둠별로 돌려 읽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