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이야기]이길환 청주대 문화산업디자인혁신센터 부센터장

남미에 사는 큰부리새는 엄청나게 큰 부리를 가지고도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습니다.

토코 큰부리새 라는 대형 종은 몸 전체 길이의 3분의 1 정도(15~22cm) 되는 주황색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부리새의 부리는 교묘하게도 단단한 동시에 가볍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UC샌디에이고의 재료공학자 마크 앤드루 마이어스는 이 새의 이중 구조를 자동차와 비행기 산업에 응용할 경우 충돌에 의한 손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큰부리새의 부리는 구조가 희한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표피는 손톱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되어 있지만, 고형 구조가 아니에요. 미세한 6각 판이 지붕널처럼 여러 겹이 포개진 구조이죠. 내부는 표피와 달리 뼈로 이루어져 있어요. 작은 줄기와 막으로 구성된 가볍지만 단단한 물질로 되어 있죠. 그리고 부리의 일부분은 텅 비어 있어요."

브라질에서 태어난 마이어스는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갔다가 큰부리새의 해골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부리가 몹시 단단하면서도 가벼웠어요. 그 기억이 오랫동안 가더라고요" 라고 말했습니다.

생체모방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 이 두 개의 그리스 단어에서 따온 단어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체모방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들이나 생물체의 특성들 연구 및 모방을 통해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생체모방학의 선구자인 재닌 베니어스는 생체 모방을 '자연이 가져다준 혁신'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의 생체모방학은 새로운 생체물질을 만들고, 새로운 지능 시스템을 설계하며, 생체 구조를 그대로 모방하여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들고, 새로운 광학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생체모방은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라고 불리기도 하며, 비슷한 단어에는 생체모사가 있는데요. 이 두 단어는 일정한 방식으로 자연을 모방하는 것과 공학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라는 의미의 차이를 가지고 있으나, 거의 같은 의미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습니다. 생물의 성분이나 구조 등에서 필요한 것을 추출하거나 모방하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더 많은 분야에서 생체모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식물의 성분에서 약을 얻어내고, 동물의 습관을 관찰하여 각종 치료성분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또한, 생물의 구조를 분석하여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을 얻어내기도 하지요.

먼저 식물 약학에 있어서 생체모방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현화 식물이 26만 5천여 종입니다.

한 식물의 잎사귀 하나에 조차 500~600여 종의 화합물이 존재하며 그 각각의 화합물 하나당 50~60가지의 생물학적 활성을 보이므로, 가망성 있는 식물의 범위를 좁혀 약으로 쓰일만한 화합물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박테리아나 미생물에 의존한 약학은 그 종류에 제한이 있고, 약을 처음부터 합성하는 것은 들인 자본이나 시간에 비해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 식물 약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식물 약학은 태평양 주목(Taxus brevifolia)에서 택솔 성분을 얻어 난소암 및 유방암 치료제로, 야생 고구마(Dioscorea composita)에서는 디오스게닌이라는 경구피임약 성분을, 일일초(Catharanthus roseus)에서는 빈크리스틴, 빈블라스틴 성분을 얻어 호지킨병, 유아 백혈병 치료제로, 메이애플(Podophyllum peltatum)에서는 반합성 유도체 성분을 추출하여 정소암, 소세포성 폐암 치료제로, 보라색여우장갑(Digitalis purpurea)에서는 양지황 성분으로 울휼성 심부전, 기타 심장 질병 치료제로, 라우월피아(Rauwolfia)에서는 레세르핀이라는 신경안정제, 고혈압 치료제를 얻어 왔습니다.

다음에는 동물로부터 얻은 생체모방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