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발 양적완화 정책에 일본이 따라나서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목적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중국, 유럽, 남미 그리고 한국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경제지배자의 순위가 바뀔 때에는 글로벌적 연결 부문에서 균열이 일게 마련이다.

즉 대국을 꿈꾸는 국가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시장은 얼기설기 얽혀가는 구조이므로 미국이라고 해도 달러의 양적완화 만으로 미국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다. 양적완화 조치는 위급한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수준이고, 유동성을 충분히 늘린 후 나타날 비정상적 경제 환경의 변화가 자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특히 단순하지 않은 것이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므로 부정적 결과는 세계경제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미국의 불합리한 경제정책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 일본이지만 한국은 아직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물론 한국도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원화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면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과거 일본의 프라자 합의 이후 파급된 일본의 경기 침체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내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일본의 비정상적 경제정책에 허구적 결말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에 관심이 높다.

얼마 전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제동을 걸지 않고 끝났다. 따라서 엔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은 미국상선 한편에 쪼그려 동선한 나그네 신세라고 생각된다. 그 배가 풍랑이라도 만나 무게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가장 먼저 버려져야 할 신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리가 있다. 일본은행은 고질적인 디플레이션과 엔고를 해소하기 위해 2%대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인의 경제활동 성향, 산업 동향, 주요 무역국의 경제 동향이 철저히 분석돼야 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환율 분쟁의 소지가 줄어든 틈을 타서 전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로 일본 기업의 수출 실적은 늘고 있지만 풀어 낸 돈만큼 실질적인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자산매입을 위해 수백조원을 풀었다지만 일본인들은 자산 가치에 관심이 없는 문화속성을 갖고 있어 가계지출이 확대되지 않는 형국이다. 결국 디플레이션을 막아보고자 강력한 양적완화를 취했지만 장기적 침체 탓에 인플레이션 유도를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수입이 늘어난 수출 기업도 오랜만에 잡아보는 이익금으로 임금을 올리기 보다는 누적된 부채를 갚는 것이 선행되고 있다.

또한 원자력 부족으로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면서 엔저 정책은 수출보다 수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꼴이 되어서 무역적자를 부추기는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부채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므로 과도한 국가부채를 정리하고자 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본다면 일본의 부채 증가가 미국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는 일본이 20년 가까이 저성장, 저금리 경제 환경 속에서 쇠락을 거듭하다보니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등 많은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 현지 생산으로 유도해왔다는 점에서 달러 시장 내에서 엔저는 수익성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수출 규모보다 수입규모가 커져 무역적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여행수지도 개선 효과가 높지 않다. 엔저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본인이 해외 관광을 할 때 소요되는 엔화가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오랜 경제 불황으로 빈부의 격차가 커진 일본도 부자들이 일본 내 불황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경제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당장 한국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잠시 동안 기업에 맞는 경영혁신을 통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면 IT분야가 그랬듯이 일본의 시장을 한국 시장으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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