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이웃 나라 일본은 잃어버린 이십 년을 겪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이 속수무책으로 이십여 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일본 장기 불황의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심히 걱정되는 대목이다. 일본 장기 불황이 시작된 90년대초 65세이상 고령인구는 10%대 초반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일본의 90년대 초반과 비슷한 11%(2010년말 기준)이다. 더구나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고령화 비율, 즉 전체 인구 세 명 중에 한 명이 65세 이상 인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초 일본국채(JGB) 10년물 금리는 6~7%를 호가했다. 지금 금리는 1% 미만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90년대 초 일본국채(JGB) 10년물 금리가 7~8%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당황해 할 것이다. 인간은 과거를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나라 국고채권 10년물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5%대 이었고, 지금은 3%대를 넘나들고 있다. 작년에 국고채권 30년물이 처음으로 발행되었을 때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웠다. 당장 내일도 모르는데,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물이 과연 시장에서 소화나 되겠냐고 난리였다. 그러나 인기리에 다 팔렸다. 더군다나 국고채권 30년물 금리가 3%대 초반이라는 것은,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3%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 아니겠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이미 자본의 논리는 저금리·저성장에 순응하고 있다. 그래도 고개를 저어보고 싶다.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흔히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를 말한다. 논리로 보면 너무도 그럴듯하다. 마음의 위안을 찾는 자들은 그것이라도 붙잡으려 한다. 지나고 보면 맞은 적이 있는가? 애써 불안한 생각을 지워버리려는 나약한 마음의 작용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면도, 다른 면도 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의 미래를 보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또 배울 점도 많이 있다.

일본과 또 다른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가계부채'이다. 일본은 나라가 빚을 많이 지었을 지 몰라도 가계는 건전하다. 우리는 부동산 선호현상으로 가계가 약 천 조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거대한 빚을 안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가계가 저금리·저성장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지출은 줄이고 소득은 늘려야 한다. 우선 고성장기 행동 양식과 의식을 버려야 한다. 고성장기에는 큰 집 살아야 하고, 큰 차 타야 하고, 시원하게 소비해야 했다. 또, 그래야만 인정받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실속을 차려야 할 시대가 되었다. 최근에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 중에 거론되는 것이 교육비 축소다. 고령화 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자녀에 대한 투자(교육비)라는 공감대가 일부에서나마 형성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고 체념하며 젊음을 허비할 수 없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고난에 정면 승부하고 희망을 갖고 미래의 꿈을 키우며 살면 왜 안 되는 것인가? 어느 면에서는 너무 부모가 주는 풍요에 젊은이들의 도전 의식은 익사된 지도 모르겠다. 포기하기에는 인생 길다.

그리고 금융IQ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전세계의 금융상품이 투자처다. 우리나라 은행의 저금리만 한탄할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고금리 구조화상품이 있고, 해외에도 얼마든지 고수익상품이 있다. 문제는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에 비해 투자 수익은 적당한 것인지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것이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부동산에 대한 생각도 변해야 한다. 이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도 아니고, 과시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비금융자산 비중은 79.6%(2010년 기준)이다. 일본은 같은 기준으로 41.3%이다. 지금은 가격이 떨어져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금리 시대에 무수익자산인 집에 대한 애착은 금물이다. 최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이제 받아들이자.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하자. 누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인식하고 해결해야 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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