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장례종합타운 갈등' 진천군 현장서 답을 묻다

"처음엔 반대가 억수로 많았지만 지금은 보물입니다. 남해엔 도로변에 묘를 쓰는 곳이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장례종합타운 설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진천군의회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 한호식 남해군의회 의장의 말이다.

남해섬의 묘지가 확연히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장사시설이 보물"이라니 좀 심한 과장인 듯 했다. 한 의장이 자랑한 보물은 바로 남해공설종합묘원인 남해 추모누리.

경남 남해군 서면 연죽리 산 8번지 11만7천㎡(약 3만5천400평)에 들어선 추모누리는 장례식장과 화장시설, 자연장·봉안·평장·매장묘역 등 원스톱 장사시스템을 구축하고 군에서 직영하고 있다.

추모누리 역시 연간 1억∼1억5천만원 정도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윤달의 영향으로 무려 3천400여기를 개장 화장하는 바람에 8천만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보물이라니?

돌아온 답변은 차라리 질문을 안 한만 못했다.



"아니 어떻게 장사시설을 돈으로 따집니까? 주민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보고있지 않습니껴" 복지차원의 시설인 만큼 경제성을 따질 수 없다는 담당자의 따끔한 충고다. 남해군민이 화장 장려금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15만원. 화장비용 6만원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평장(90×150㎝의 면적에 30㎝ 깊이로 유골함을 묻고 30×20㎝ 크기의 와비를 놓는 방식)의 비용은 28만9천원. 매장비용의 1/10로 10명중 6명은 평장을 선호하고 있다.

추모누리 공원은 지난해 10월 1만기 규모(2만4천793㎡)의 자연장지 추모정원 조성을 끝낸 상태로 조만간 개원을 앞두고 있다. 역시 비용은 평장과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무덤으로 가는 길이 꽤나 저렴한 편이다.

1999년 처음 공원묘지를 조성할 때 9%였던 남해군의 화장률은 현재 80%를 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조성된 문중 공원묘지나 가족공동묘지를 추모누리로 옮기면서 기존의 공동묘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50∼200여기를 개장화장한 문중이 여럿이다.

"세계 제일의 장사시설을 갖추고 장사문화를 꽃피우겠습니다."

현장 브리핑을 마치며 담당과장의 확신에 찬 말에 '장사시설=보물'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남해군의 추모누리 공원 조성이 순조로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인구 5만명으로, 진천군보다 다소 적은 면적의 남해군 농경지와 임야에 불법묘지가 산재해있기는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였다.

매장을 화장으로 유도하고 선진 장사행정 정착에 강한 보인 것은 김두관 당시 남해군수.

공무원들은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을 전개해 1만5천여명의 서약을 받고, 관내 모든 상가를 방문해 사설묘지의 적법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등 강온정책을 동시에 펼쳤다.

"배를 타고 섬의 상가집을 찾아가 밤새 상주를 설득해 고인을 배로 운구한 뒤 화장장으로 모시기도 했습니다. 상주들에게 멱살을 잡혀 옷이 찢어진적도 여러차례였죠."

사문화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지만 남해군에서만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화장문화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화장시설의 설치가 더욱 급선무였다.

화장시설을 설치하지않는 조건으로 공원묘지를 조성한 터라 더욱 난감했다. 군과 군의회가 하나가 되어 주민 설득에 나섰다.

"농사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밤참을 준비해가서 예정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죠. 터무니없는 지나친 요구가 많았지만 결국에는 합의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추모누리 공원을 반대하는 주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해 자연장 준공식때엔 참석한 마을 주민들로부터 이구동성으로 "괜한 오해를 한 것 같다. 공원으로 깔끔히 변한 것을 보니 내가 이곳에 묻히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남해군의 담당자는 진천군장례종합타운 조성과 관련 주민동의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밀실에서 몇몇간 협의를 하지말고 단체장이 직접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천군 장례종합타운 조성과 관련 국비를 확비해놓고도 예정지 주민은 물론 군의회와 대립하고 있는 진천군.

전국에서 장사시설 선진지로 손꼽히는 경상남도 남해군의 견학이 반면교사가 될 지 두고 볼 일 이다. 박익규 /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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