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무형문화재 관리 이대로 좋은가 <상> 전수관, 어떻게 노인회관이 됐나

도지정 무형문화재의 전승 보전활동을 지원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충처리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예능보유자와 전수자, 단체종목에서는 회원간 이해관계 충돌로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문제해결 매뉴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본보는 '무형문화재 관리 이대로 좋은가' 기획을 통해 최근 문제가 불거진 분쟁 사례와 무형문화재 관리 대책을 점검한다. / 편집자

"진천 용몽리농요 전수관을 지으라고 도에서 8천만원을 지원해 줬다. 진천군 문화체육과 예산을 더하면 전수관 건립 목적 사업비가 6억원이다. 그런데 노인회 덕산분회 요구로 전수관이 노인회관을 겸한 복합건물로 추진되게 된다. 진천군은 노인회관을 포함시키기 위해 주민복지과에서 1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전수관 6억원, 노인회관 1억원 예산이니 당연히 전수관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공간 규모만 봐도 주객이 전도됐다. 용몽리농요 전수관이 대체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다."

지난 1일 오후. 진천에선 만난 충청북도무형문화재협의회(회장 박재석, 이하 협의회) 관계자는 용몽리농요 전수관 건립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전수관 건물에 노인회관을 포함시킨 것도 모자라 건물 전체를 노인회관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폭로의 핵심이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달 진천군노인회 덕산분회 건물 신축 중간보고 서류를 보여주며 "노인회에서 건물 전체를 노인회관이라고 주장한다"며 억울해 했다.

실제 관련 자료에는 노인회 덕산분회 건물의 사업비 총액이 7억원이고 건물면적은 527㎡, 1층이 275.5㎡이고 2층이 251.5㎡라고 기록돼 있다. 서류 어디에도 용몽리농요 전수관에 대한 설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장님의 이상한 고향사랑= 용몽리농요보존회와 노인회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1년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수관 건립 사업비로 도비 8천만원을 지원받은 진천군은 군비를 포함해 6억원의 예산을 전수관 건립 예산으로 편성한다.

하지만 노인회 덕산분회가 노인회관 공간을 요구하게 되고, 주민복지과 예산 1억원을 추가로 편성, 군의회 승인을 얻으며 분쟁이 시작됐다.

진천군청 관계자는 "전수관은 일 년에 네 번에서 다섯 번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건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인회관이 있는 복합건물로 추진하게 됐다"며 "덕산 노인회 요구로 집행부에서 예산을 세웠고 의회 승인을 얻었다"고 밝혔다.

충북도에서 전수관을 복합건물로 변경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수관을 짓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곤란해 했다.

이에 대해 충북지역 무형문화재협의회는 전수관 용도변경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전수관의 복합건물 변경은 덕산 출신 군의회 의장과 노인회장의 작품"이라며 "내년이 지방선거 아닌가. 노인회 덕산분회에는 33개 부락에 33개 노인회장이 활동하고 있다. 대체 누굴 위한 전수관이고 노인회관이고 복합건물이냐"고 반문했다.

◆전수관 사업비 회수 위기= 용몽리농요보존회는 그동안 독립된 전수관을 요구했지만 진천군이 보존회 의견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수 진천 용몽리농요 선소리 예능보유자는(도지정무형문화제 11호) "전수관은 연습을 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방음은 기본"이라며 "보존회 의견을 무시하고 노인회관에 무게를 두고 건물을 설계하다 보니 창문도 많고 전수관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수관보다 노인회관 공간이 더 큰 것도 보존회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보존회 회원은 "1층은 노인회관으로 쓰고 2층은 전수관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살펴봤더니 노인회관이 더 컸다"며 "공간 규모만 보면 이 건물이 노인회관인지 전수관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꼬집었다.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 665-13번지와 665-4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용몽리농요 전수관은 지상 2층 규모로 1층은 할머니방, 할아버지방, 사무실, 식당 등 노인회관으로 꾸며지고 2층은 연습실과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전수관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알려지면서 충북도에서도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파문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박준순 충북도 문화재팀장은 "단독 전수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진천군에 도비를 지원했다"며 "만약 전수관을 복합건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보존회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거나 목적 외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 도비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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