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이야기] 이 길 환 문화산업디자인혁신센터 부센터장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예민한 감각기관을 동원하거나, 자신의 사회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스스로 자신을 치료할 약을 찾아 섭취합니다. 그 예로, 마이클 허프만은 침팬지가 기생충에 감염됐을 경우 아믹달리나(Vernonia amygdalina)의 유조직 섭취를 통해 장내 기생충을 사멸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워싱턴 대학교의 제인 필립스콘로이는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폭포 근처의 비비(Papio hamadryas)가 주혈흡충(Schistosoma cercariae)에 감염될 경우 여리고 발삼(Balanites aegyptiaca)를 섭취해 흡충 감염을 치료했습니다. 실제로 여리고 발삼의 잎과 열매에는 흡충 감염 치료에 효과적인 디오스게닌과 사포닌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망토고함원숭이들은 충치나 잇몸질환이 걸리지 않는데, 그 것은 원숭이들이 먹는 캐슈나무(Anacardium occidentale)에 있는 아나카르드산과 카르돌이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어 충치의 주범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같은 세균을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들이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떤 식물을 섭취하는가를 모방해 신약개발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곤충에서 약제를 찾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즉, 독처럼 사냥감을 마비, 중독, 심지어는 분해까지 시키는 막강한 물질이라면 분명 다른 강력한 생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 예로 대형 제약회사인 파이저로부터 후원 받고 있는 내추럴 프러덕트 사이언스는 거미, 전갈 등의 신경화학 표적들을 공격하는 독소를 연구하여 불안, 우울증, 뇌졸중, 퇴행성 신경학적 질병을 치료하는 약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의 모방산호초연구재단의 찰스 아네슨은 스페인댄서(Hexabranchus sanguineus)라고 불리는 바다 민달팽이가 천적들로부터 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현재 항염증성 약제의 기초가 되는 화합물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해면동물인 디스코더미아 디소루타(Discodermia dissoluta)로부터 추출된 약제인 디스코더몰라이드는 이식수술시 일어나는 장기거부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이고, 큰다발이끼벌레(Bugula neritina)로부터 추출한 브리오스태틴과 카리브멍게에서 추출한 디뎀닌 B는 암치료제로 임상실험 중에 있습니다. 또한 카리브 고르고니언 산호(Pseudopterogorgia elisabethae)에서 추출한 슈오프테로신 E와 각질 해면동물에서 추출한 스칼라레이디얼은 항염증제로 연구 중이지요.

그리고 마이클 재스로프는 곱상어(Squalus acanthias)가 종종 서로 싸우는 바람에 상처를 입지만 그 상처가 감염된 적은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그 상어로부터 스쿠알라민이라는 새 항생제를 분리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재스로프는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마가이닌이라는 회사를 설립, 생체모방학자로 전향하여 더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식물, 곤충, 바다생물 말고도 생체 모방을 이용하여 약제를 발견할 수 있는 분야로는 붐비는 환경에서 감염을 피할 수 있는 바다표범 같은 개체들을 연구하는 것이나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극한 생물을 연구하는 것 역시 가능성 있는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이용하는 독특한 메커니즘들을 충분히 잘 이용한다면, 생물로부터 필요한 많은 약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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