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안 태 영 제천 내토중 교감

해마다 3월이 되면 신입생 입학식과 학부모총회가 열린다. 자녀가 새롭게 다닐 학교의 선생님 모습과 열의 등이 자못 궁금해 직장에 외출을 달고 어렵게 오신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만큼 첫 인상이 중요하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경험 많은 선생님들 대부분은, 새학년 초, 첫 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일 년 농사의 80% 이상이 좌우된다고 하니 학년 초 첫 주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즉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생활태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함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두세 시간 수업을 받으면 바로 그 선생님을 판단하고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즉 이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도 되겠다, 딴 짓해도 되겠다 등등….

학부모님이라고 다를 바가 있겠는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겠지만 자녀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비교할 것이고 학교장이나 교감, 담임교사의 인사말과 행동을 통해 바로 판단의 자료를 모아서 평가를 한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년말 방학을 이용해서 쾌적한 교육시설환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교실과 복도에 다시 페인트칠을 하고 현대식 책걸상과 첨단 학습기자재를 설치한다. 또한 학부모님께 나눠드릴 각종 유인물 제작에 정성을 쏟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이 외에 창의적인 소프트웨어가 첨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님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입학식에 참석할 때는 담임선생님 얼굴만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자녀가 안심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지, 학력 향상을 위해 어떤 참신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어떤 실천적 계획을 수립했는지, 어떤 교육목표를 갖고 어떤 방향성으로 추진할 것인지, 내 자녀가 3년 동안 육체적, 정신적, 학력적으로 잘 성장하기 위한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등등을 체크한다는 점이다. 학부모님 입장이 되었을 때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무작위로 몇몇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 결과, 학부모님의 최대 관심사는 '좋은 담임선생님'이었다. 평가라는 예리한 칼날이 숨어있는 '좋은 담임'이라는 표현을 학부모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내밀었다. 학부모님은, 내 자녀에게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지도하는 선생님, 비록 내 자녀가 잘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따스하게 감싸주고 신뢰해주는 선생님을 원했다.

그 다음에는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학교폭력을 잘 예방해서 내 자녀가 안심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기를 원했다. 또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필요성을 잘 이해시켜 주기를 원했다. 끝으로, 내 자녀의 숨겨진 재능의 광맥을 찾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비전을 지닌 학생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번 학부모설명회 때는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를 초청해 특강을 하려고 한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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