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희씨] 쇠소깍·이중섭미술관 등 바다와 만난 봄꽃길 이색풍경에 웃음꽃 만발

지난 2월 말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가족들과 함께 제주 4.3 평화 기행을 다녀왔다. 첫날 여행은 쇠소깍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6코스를 걸었다. 올레길은 처음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걷는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쇠소깍. 내륙에서 흘러나가는 협곡이 바다와 만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쉬다가 놀았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웃음꽃이 피어나는 길에서 봄을 만끽한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그럭저럭 두시간을 넘게 걸었다. 바다와 봄꽃을 보며 걷는 길이 나쁘지 않았나보다.

서귀포는 벌써 봄이다. 서귀포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봄꽃을 볼 수 있을거야 했지만 막상 길을 걸으며 보니 여기저기 들꽃이 피었다. 제비꽃, 개불알꽃, 동백꽃, 유채꽃, 민들레, 광대나물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연규민 단장님이 아니었다면 민들레나 유채꽃 정도 알아볼 수 있었으리라.



몸을 낮춰야지만 볼 수 있는 작은 들꽃들. 연규민 단장님은 "봄꽃은 겸손한 자에게만 얼굴을 내민다"며 봄꽃 하나를 맞이하는 데에서도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도 마음을 열고 몸을 낮추는 이에게만 보이는 세상이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 걷다보니 어느새 오후 1시. 이중섭 미술관까지 보고 밥을 먹기로 했다. 배고픈 아이들은 도무지 이중섭 화가 그림이, 부인과 나눈 애틋한 편지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어서 밥을 먹자고 재촉한다. 그래도 이중섭 생가 앞마당에 활짝핀 매화는 놓칠 수 없었다.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똥강아지들도 봄빛이 반가운 모양이다. 배고프다는 아우성도 강아지를 보더니 쏙 들어갔다.



전복뚝배기와 전복 볶음, 고등어 구이로 든든하게 점심밥을 챙겨먹고 오후에는 에코랜드라는 곳에서 숲속 기차여행을 했다. 오전과 달리 바람이 많이 불어 몸을 움츠리게 했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제주도 최고의 시장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만원씩 주고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사오기로 했다.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오메기떡, 백년초, 한라봉, 레드향 등을 사들고 다시 모였다. 그날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시장에서 사온 먹거리를 펼쳐놓고 다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3박4일간 모두 건강하게 여행을 했다. 정이 듬뿍 들었다. 셋째날 밤 모두 모여앉아 여행 소감을 이야기했다. 짧은 여행이지만 아이들은 훌쩍 자란듯했다. 어른들 역시 제주를 잘 몰랐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이 없으면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단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던 순간들. 한순간이어도 함께 했던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 http://goodwri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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