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지난 6일부터 재형저축 판매가 시작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형저축이 출시된 첫날 16개 은행이 판매한 재형저축은 27만 계좌로 금액은 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제2금융권에서도 재형펀드를 앞다투어 출시하였다.

재형저축은 서민들의 재산형성을 돕고자 하는 취지로 18년 만에 부활한 상품이다. 1977년 시작한 재형저축은 1995년 막대한 재원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폐지되었다. 그 때에는 직장인들이 첫월급과 동시에 재형저축을 먼저 가입할 정도로 추억이 담겨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총 급여액 5천만원 이하의 직장인 또는 종합소득금액 3천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어 서민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한다. 또 이자 및 배당소득(14%)에 대해 비과세되고, 농특세만 1.4% 과세되기 때문에 상당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발행 첫날 은행들이 제시한 금리는 기본금리가 4%대 초반이고, 여기에 급여이체, 신용카드실적에 따라 우대 금리를 0.1 ~ 0.4%p 더 받게 되어 대략 4% 대 중반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금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은행에서 제시한 금리가 최초 3년간의 금리이고 7년 동안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는 등 제약 조건도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 하락 속도는 가파르다. 1988년 우리 국민은 100만원을 벌면 24.7만원을 저축하였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는 겨우 2.7만원 밖에 저축하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가계저축률이 곤두박질을 쳐 2002년에는 0.4%에 불과했고, 다시 8%선을 회복했으나 2004년 카드사태가 발생하면서 하락하여 줄곧 5%를 밑돌았다.

또,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소비를 많이 하는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4.7%, 유럽의 프랑스, 독일이 10%대를 넘어서는 가계저축률(2011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2.7%에 불과하다.

가계저축률이 저조한 것은 저축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가계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이 163%에 이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빚에 허덕이고 있어 저축할 돈이 없다. 혹자는 가계에서 이자로만 나가는 돈이 일년에 수십 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

가계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빚을 내어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 신호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의 노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도 가계저축률 하락의 중요한 원인이다. 버는 사람은 줄어들고 써야 하는 사람은 많으니 저축률이 올라갈 수 없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다가 각종 연금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고, 신용카드의 사용이늘어나면서 저축의 개념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자본이 한참 필요한 시절에는 정부가 저축을 권장하였다. 지금은 많이 축소되어 진행하고 있는 '저축의 날'행사는 1964년에 제정되었는데,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항이었다. 지금 저축의 날 행사는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며 훈포상자도 줄고 행사 규모도 많이 축소되었다.

이렇게 저축의 권장이 사라진 것은 적당한 소비가 경제를 진작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쓸 돈이 있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소비를 해야겠지만, 한계상황에 달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저축을 통해 종자돈을 마련하고 이를 잘 투자하여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소비도 가능하다.

조지 S. 클래이슨이 쓴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에 보면, 6천년 간 이어온 부의 비결은 지출이 소득을 넘어서지 않게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축은 모든 부의 출발이자 원천이 된다.

또 절제된 소비와 꾸준한 저축은 정신 건강에 이로우며 행복지수도 높여준다. 그리고 가계가 건전해야 국민행복시대도 가능하고 사회불안도 줄어든다. 지금처럼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빈곤층이 늘어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불만이 팽배하게 된다.

오랜만에 등장한 재형저축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저축이 미덕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소득이 적다고만 한탄할 게 아니라 자기 분수에 맞는 절제된 소비 생활과 저축의 습관화로 목돈을 마련하고 빚을 줄이고 많은 가정이 건전한 재정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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