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제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국정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ICT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은 5대 국정목표와 21개 추진전략, 140개 세부과제로 구체화되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 그리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며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취임사에서 밝힌 바 있다. 그 중심에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다.

특히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전략 안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국가 신성장거점으로 육성하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어 주목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해 기초과학부터 첨단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주기 R&D 지원체계 구축, 과학·문화·산업이 융합되는 지식생태계 조성, 청원이 포함된 천안·세종의 기능지구에 과학-비즈니스 연계역량 강화 등이 추진될 계획이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국정운영을 강조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추진상황의 우려를 떨쳐내고 역할과 기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원지역 기능지구는 의약바이오분야로 특화되어 있으며 응용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에 보완하여 거점지구와의 협력시스템 마련과 연구성과 사업화를 위한 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과학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과학적 연구결과가 사업화되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과학 비즈니스에 있어서 과학과 비즈니스 간의 정합성 문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술경영학자 개리 피사노(Gary P. Pisano,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과학 비즈니스(Science Business)'라는 저서에서 이와 관련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여기서 생명공학은 과학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생명공학산업은 25년이 넘도록 비즈니스의 융합이라는 뿌리 깊은 중요한 실험을 선도해 왔다고 주장한다.

과학 비즈니스는 과학을 창출하고 이로부터 가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연합으로 정의된다. 과학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기업들은 과학의 진보와 창출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궁극적으로 과학 비즈니스의 성공은 과학의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과거 생명공학산업의 실적은 기대와는 달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생명공학의 과학기반 비즈니스가 갖는 세 가지 특수한 기능적 요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먼저 생명공학은 심오하고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보상해주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둘째, 상당히 복잡하고 이질적인 특징은 다양한 분과학 및 전문영역을 통합하는 매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셋째, 과학적 진보의 급속한 흐름으로 인해 누적적 학습의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따라서 생명공학을 기초로 한 사업화는 내재된 특징을 조직화하고 관리하는 비즈니스 과학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무분별한 기존 관행과 프로세스의 적용으로는 양호한 결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의약바이오분야를 토대로 한 청원 기능지구의 성과는 과학을 응용하는 다른 첨단산업과는 다르게 독자적인 비즈니스 전략과 모델, 조직구조, 제도적 구성에 대한 적절한 디자인을 통해 확대될 것이다.

현재 세 곳의 기능지구와 관련해서 '혁신기업 신사업창출 R&D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인프라로서 'SB(Science-Biz) 플라자 구축·운영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제 청원의 경우 그 특성을 감안한 과학사업화 아이템 발굴, 연구 성과물의 후속연구 확산, 다학제 간 연구지원, 비즈니스 모델 개발, 외부연구단 유치, 사업화 전문회사와의 협업 등 세심한 대안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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